비의 한쪽
/이화숙
지구의 수많은 지붕 위를 건너온,
비의 소리를 듣는다
그의,
온전하지 못한 뼈를 생각한다
유리 목발처럼 아슬아슬한 그의,
혀를 길게 당겨본다
직선의 아픔이 혀에 닿을 수 있도록
길게, 아주 길게
아, 차갑게 춤추는 비와 미친 말과,
거미 같은 혀는 쉽게 부러지거나
단절되거나, 고립되지 않을 거야
빗속에 갇혀버린, 절실한 말들이
촉촉하게 입술 위로 젖어들 수 있도록
난, 꿈처럼
온전한 뼈를 그리워한다.
― 동인시집 〈하루, 다 간다〉 (심지, 2012)에서
언제부터인지 우리의 삶은 온전하지 않습니다. 몸은 멀쩡한데 마음 한 구석이 다 무너진 듯 아픕니다. 비의 한쪽도 그러한가봅니다. 아마 그 아픈 비는 수많은 사람들의 온전하지 못한 삶을 거쳐 왔기 때문인가 봅니다. 시인은 빗소리를 들으며 사람들의 신음소리를 듣습니다. ‘쉽게 부러지거나, 단절되거나, 고립되’었던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함께 체감하고 있습니다. 왜 시인은 우리의 신산한 현실을 ‘직선의 아픔’이라 했을까요. 물론 비와 견주었기에 그렇게 보이기도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한눈팔 겨를이 없습니다. 착한 사람들은 한 곳만 보고 달려갑니다. 직선처럼. 협잡도, 음모도, 위선도 모른 채 비처럼 직선으로 내리다가 그들은 낙망이 꺾이고 마는 삶을 지금 연명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유리목발처럼 아슬아슬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인과 함께 ‘온전한 뼈’를 그리워합니다. /이민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