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늘(1) -유리창을 닦다
/김종해
마포 쪽에 있는 백여 평 미만의
하늘을 사들여 내 이름으로
등기를 끝내고 취득세를 물고 난
얼마 뒤 나는 완벽한 나의 하늘을
갖게 된 기쁨 속에서 이웃들로부터
축복을 받았는데, 그 가운데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내 하늘에 있는 별들을
가끔 빌려보고 싶다는
소박한 친지의 말이었다.
나는 내가 사들인 하늘의 별들이
잘 보이도록 오늘도 유리창에 낀
성에를 닦고 또 닦아내었다.
-김종해 시선집 〈별똥별/문학세계사〉
올해 환갑을 맞는 동네 형님을 길에서 만났다. 노동일을 나갔는데 일 못한다고 잔소리 듣다가 술 마시고 홧김에 그냥 들어오는 길이라 했다. 검은 비닐봉지엔 소주가 들었으리라.반지하방으로 들어가며 나더러 들어오란다. 거기 들어가야 아무도 없다. 참 열심히 살아온 형님인데 환갑나이에 집도 절도 없이 홀로 떠돈다. 별들이 잘 보이도록 형님의 하늘을 가리고 있는 유리창의 성에를 닦아주고 싶다./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