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이정록
노란 조막손을
머리통 속에 디밀어 넣은 동승들
저 숭엄한 합장
머리를 숙이는 일이
어찌 삶만의 일이겠는가
손등에 파란 핏줄이 돋을 때가지
외발로 서 있으리라 끝내는 지붕이며
주춧돌 다 날려버리고, 스스로
다비식의 젖은 장작이 될
저 빼곡한 법당들
-이정록 시집 ‘의자’ / 문학과 지성사
오랜 시간이 만드는 순간들이 있다. 한 알의 씨앗이 발아하여 싹을 틔우는 순간, 씨앗과 씨앗이 섞여 각자의 싹눈을 틔우는 그 순간들이 슬픈 계절이다. 서로 기대어 서 있을 때 서로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삶의 숙연함. ‘머리를 숙이는’ 일들이 많은 순간들이 속절없이 가고 있다. 사람들의 가슴에서 흔들리는 노란 리본들. 그 리본들이 노랑나비가 되어 끝이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날아가는 자유를 잠시 꿈꿔본다. /권오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