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다방
/권선희
그 다방 손님
열에 일곱은 아내가
열에 다섯은 아내와 이빨이
열에 셋은 아내와 이빨과 손가락 없이
비린내 나는 포구에 붙어
퇴화를 꿈꾸는
종점
-권선희시집 〈구룡포 간다 / 애지〉
구룡포 파도소리를 닮아 목소리가 걸걸한 시인이다. 같이 앉아 탁배기라도 놓고 있으면 내 가슴에 맺혔던 모든 말들이 스르르 물결에 녹아버릴 듯싶다. 쓸쓸한 시다. 이 고단한 삶들을 어쩔 것인가. 물고기가 들끓던 날들이 있었다. 만선의 기쁨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퇴락해 게딱지처럼 납작 엎드린 삶들이 커피 한잔에 의지하는 곳, 없는 아내와 빠진 이빨과 빈 손가락을 드나드는 바닷바람 막아주는 종점다방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큰 다방이 아닐까.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