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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호랑가시나무

호랑가시나무

/이영식

바위에 칼을 갈고 있었다

아니, 칼날 숫돌 삼아 바위를 갈고 있었다



갈면 갈수록 무뎌지는 칼날

갈면 갈수록 날을 세우는 바위



바윗돌 갈아 거울을 빚어내려는

바람이 있었다



수수만년의 고독,



잎을 갈아 호랑이 발톱을 짓고 있는

가시나무 아래서였다

-이영식 시집 〈휴〉, 천년의 시작



 

호랑가시나무는 육각 꼴의 잎 결각 끝에 붙은 날카로운 가시가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호랑이가 이 나뭇잎에 붙은 가시로 등을 긁는다 하여 ‘호랑이 등 긁기 나무’라고 부르다가 ‘호랑가시나무’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시인은 나무가 오랜 시간 ‘잎을 갈아 호랑이 발톱을 짓고 있는’ 이미지로 창조했다. 어디 식물뿐이랴. 바위를 조금씩 ‘칼로 갈아내’고 있는 듯한 바람. 그것은 바람의 오래된 삶이다. ‘바윗돌 갈아 거울을 빚어내’려는 수수만년의 고독! 나무, 바위, 바람, 사람 등등, 저마다의 고독한 생을 건너가는 중이다. 고독의 중심엔 염원 하나씩 자라고 있다. /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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