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9 (토)

  • 흐림동두천 29.1℃
  • 흐림강릉 27.3℃
  • 서울 27.8℃
  • 대전 22.9℃
  • 대구 23.6℃
  • 울산 23.2℃
  • 광주 24.1℃
  • 부산 23.1℃
  • 흐림고창 25.2℃
  • 흐림제주 28.2℃
  • 흐림강화 23.9℃
  • 흐림보은 22.7℃
  • 흐림금산 22.3℃
  • 흐림강진군 24.6℃
  • 흐림경주시 23.8℃
  • 흐림거제 23.5℃
기상청 제공

[아침시 산책]산란기

산란기

/이태관

강의 하구에는

어둠으로 몸 불리는 물고기가 산다

달빛 아래 잔비늘 반짝이며

제 몸에 꽃나무 심어 위장할 줄도 아는,

낯선 새 날아와 부리 비비면

간지럼에 몸 뒤척여

웃음소리도 강물에 풀어놓으며



바다를 거슬러 오르는 우어처럼

한 번쯤 몸에 새겨진

물길을 바꾸어 보았다면

물살에 온몸 찢겨 본 일 있다면

바람의 끝닿는 곳을 알리

몸 부풀린 놈, 물이 범람하면

제 알을 풀어놓으며 바다로 간다



가끔은 우리 마음에도 물결이 일어

긴 한숨 끝에 아이를 잉태키도 하지

떠밀리는 고단한 삶

위로 붉은 해 솟기도 하지

하지만 지금은 건기의 시간

철새 빈 몸으로 떠나고

가슴에서 자라난

몇 개의 욕지거리와

비밀과 사랑과 시를

강물의 끝자락에 풀어놓는 밤

메마른 바닥을 핥는 물소리

가슴을 친다

-『사이에서 서성이다』 (문학의전당, 2010)





 

산란은 생명의 축제 시간이다. 잉태를 위해 오랜 인고의 시간이 마지막 절정으로 몸과 마음이 치닫는 시간이다. 생명과 생명의 연장선을 잇는 작업은 황홀하고 비늘 번뜩인다. 우리도 그 산란의 시간을 위해 오늘이란 슬프고 긴 낭간을 지나기도 한다. 때로는 숨죽인 듯 오랜 침묵으로 일관한다. 물고기의 산란은 휘황찬란하다.

달빛에 수면을 탁탁 치고 오르는 물고기와 절정에 이르러 알을 낳는 물고기의 분주함, 하여튼 결국 사람도 행복과 희망의 산란을 위해 거친 물살을 역류해 가기도 한다. 모천을 찾아가는 연어의 열정과 집요함을 지니고 지느러미를 끝없이 퍼덕인다. 꼬리에 꼬리를 친다. 모든 사물도 산란기의 축제를 위해 엄밀하고 치밀하게 자진해 간다. 충청도에서 꾸준하게 능청스러운 시로 우리를 감탄케 하는 그의 시는 시가 무엇인가 늘 깨닫게 해준다. /김왕노 시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