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로
/박무웅
시작은 언제나 길이 없었다
무지개가 서린 하늘
산 너머 먼 바다
손으로 잡을 수 없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새벽노을보다 아름다웠다
꽃샘바람이 빗질한 자리에
홍매화 새순이 여문다
오월에 뿌리내린 아카시아가
가시를 가득 품고 있다
길을 걸어간다는 것
평생 자신의 몸을 들락거리는
나무들의 계절처럼
툭툭 불거져 나오는 새 길
먼 옛날 신작로 앞에서
느꼈던 그 두근거림
-박무웅 시집 〈지상의 붕새〉, 작가세계
‘신작로’라는 단어는 향수鄕愁가 되었다. 지금은 시골까지 포장이 되었지만, 오래 전 신작로는 대처로 향하는 꿈의 시작이었다. ‘시작은 언제나 길이 없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사방이 길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꿈을 가진 삶은 어디로든 길을 낼 수 있고, 또한 내야만 한다. 삶은 움직임의 진행형이다. ‘손으로 잡을 수 없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새벽노을보다 아름다운’ 이유이다.
봄의 나무들이 온몸에서 ‘툭툭 불거져 나오는 새 길’을 내듯이 신작로 앞에 서면 느꼈던 두근거림, 그 젊음이 문득 그립다. /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