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수
천(千)의 바람
만(萬)의 물이
그 속을 알까
베짱이
귀뚜라미
이슬이 알까
시리도록 푸르른
저 무변(無邊)에
피멍울로 박혀있는
한 점의 순수
-윤태수 시집 <그대에게 주고 싶은 노트>에서
수천 줄기 바람이 비록 키웠다 해도 한 알 능금의 속은 바람이 알 리가 없다. 수만 물줄기가 비록 젖을 먹여 키웠다 해도 한 알 능금의 속을 물이 알 리가 없다. 땅과 하늘과 세월이 제아무리 생명을 키웠다 해도 그들이 생명의 신비를 알 리가 없다. 생명의 순수는 신비롭기 짝이 없다. 사람이라고 다르겠는가.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