댑싸리
/송진권
어린순은 나물해 먹지
좀 자라면 파릇파릇 보기 좋지
더 크면 비잉 둘러서 울타리 하지
늙어 쇠면 베어 말려서 빗자루 매지
빗자루 매서 마당 쓸지
마당 쓸다 심심해지면
빗자루에 거미줄 걷어다
잠자리채로 쓰지
-송진권 동시집 <새 그리는 방법>, 문학동네 2014
댑싸리는 쓰임새가 많은 식물이다. 봄의 어린순은 나물, 여름의 울타리는 연둣빛의 상쾌함, 가을이면 진분홍의 단풍, 그 시기를 지나면 빗자루, 마당 쓸다 심심해지면 거미줄 감아 잠자리채, 열매는 약용으로. 어디든 발아가 잘 되어 싹이 올라올 무렵에 잡초 취급을 받아 뽑혀나가기 십상이다. 앙증맞은 키의 가느다란 가지에 수많은 줄기를 달고 이파리가 많아 작은 숲을 이룬다. 외계의 신비한 느낌을 풍겨 관상용으로 그만이다. /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