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머티즘
/나석중
내가 목을 걸고 싶어서
수평선은 저기 있다
수평선은 질기다. 얼마나 질긴지 두 손으로 잡아보는 순간, 여윈 손바닥의 살점 베어간다. 피는 한 방울도 비치지 않는다. 그간 부리 사나운 새들이 쪽쪽 쪼아 먹고 파먹어 허연 뼈 드러난다. 드러난 뼈가 시원할 것 같아 물너울에 몸을 던져보지만
저 운명선으로 몸을 데리고 가기는커녕 물 밖으로 자꾸 뱉어놓는다
--시집 「풀꽃독경」 현대시세계 시인선 2014년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내가 목을 걸고 싶어서 수평은 저기 있다」라고 했을까. 류머티즘의 증상은 통증과 경직이다. 사나운 새가 쪼아 먹는 듯한 뼈의 통증 차라리 뼈를 드러내면 통증이 덜할 것 같아 물너울에 몸을 던져보기도 한다. 수평선에 닿아야하는데 운명은 물 밖으로 자꾸 고통스러운 뼈를 뱉어놓는다. 그래서 목숨 같은 수평선은 질기고 질기다. 이곳저곳 통증에 파스를 덧대고 있는 노인들이 그리워지는 길고 길 겨울밤이다. 찬바람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든다. 아픈 곳은 어떠세요 괜찮아요? /김명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