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드 넓은 서삼릉

중종 계비 장경왕후 능에서 역사 시작
태반·탯줄 묻는 태실 54기 조성
각종 CF·드라마 촬영지로 인기
기승체험·마방견학 등 볼거리 풍성



사연이 담긴 서오릉

영조 조강지처 정성왕후가 홀로 있는
가장 외로운 무덤 ‘홍릉’
희빈 장씨가 묻힌 대빈묘 등
총 5기 왕릉·2기 원·1기 묘 구성



우리나라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9번째로 등재된 조선왕릉.조선왕릉은 국내 18개 지역으로 흩어져 있으며 그 수는 총 40기에 달한다.우리의 선조들은 예로부터 무덤의 위치를 중시했기에 조선왕릉은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초석과도 같다.

왕족의 무덤은 왕실의 위계에 따라 능, 원, 묘로 분류되는데 능은 추존왕, 추존왕비를 포함한 왕과 왕비의 무덤, 원은 왕세자와 왕세자비, 왕의 사친이 있는 곳이다.마지막 묘는 나머지 왕족의 묘로대군과 공주, 왕의 서자·서녀인 군과 옹주, 왕의 첩인 후궁, 귀인 등의 무덤을 일컫는다.조선왕릉 중 고양시에 위치한 서삼릉과 서오릉에도

수많은 왕족들의 이야기가 잠들어있다.조선시대 최고의 법전 ‘경국대전’을 완성했으나 재위 1년2개월만에 요절한 예종부터 숙종의 총애를 받으며 훗날의 경종을 낳았지만서인의 탄핵으로 사약을 받은 희빈 장씨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일생이 고스란히 남아있다.이 뿐만 아니라 고양누리길의 3번째 코스인 서삼릉누리길을 찾으면 한적한 산길을 걷는 평화로움을 맛볼 수 있다.

아름다운 숲길 통해 이어지는 세계문화유산 서삼릉

서삼릉은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의 능인 희릉과 인종과 인종 비 인성왕후의 능인 효릉이 들어서면서 왕릉군이 된 곳이다.

이후 주변에 후궁이나 대군, 공주의 무덤이 조성됐고 철종과 그의 부인 철인왕후의 능인 예릉이 들어오면서 서삼릉이 됐다.

서삼릉의 경내엔 3원과 49묘, 태실54기가 있다.

이 중 태실은 왕실에서 아기가 태어났을 때 그 태반과 탯줄을 묻는 석실을 말한다.

갓 태어난 아기의 탯줄과 태반을 깨끗하게 100번 씻어 묻은 후 이 태실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명의 관리인을 두기도 했다.

당시 사람들은 태가 다음 아이를 잉태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믿어 태실을 조성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원당역 인근 행주기씨 제실 앞을 지나면 서삼릉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숲길이 나오고 넓고 평평한 서삼릉 진입로가 나온다.

서삼릉누리길은 총 8.28㎞(원당역~배다리술박물관~수역이마을~서삼릉 및 종마목장~농협대학~솔개약수터~삼송역)로 고양누리길 코스 중 비교적 짧은 구간이지만 세계문화유산인 서삼릉과 초록빛의 드넓은 초지가 있는 원당종마목장 등을 경유하는 코스로 고양시 대표 누리길이다.

각종 CF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가 많다.

끝없이 펼쳐진 초지, 하얀색 울타리 등의 풍경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이외에도 가족단위 관람객을 위한 기승체험, 마방 견학 프로그램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서삼릉누리길은 걸어서 2시간 15분가량 소요되며 지하철 3호선인 원당역과 삼송역 구간이 연결돼 접근성이 용이하다.

또한 평지와 작은 언덕으로 이어져 요즘 같은 화창한 날씨에 걷기 제격이다.



경기 서북부 최대의 ‘조선왕릉군’ 서오릉

1457년(세조 3년)에 의경세자가 사망한 후 풍수지리설에 의해 경릉을 조성한 것이 오늘날의 서오릉이다.

서오릉은 총 5기의 왕릉을 기본으로 하는데 추존왕 덕종과 덕종 비 소혜왕후의 능 경릉, 8대 예종과 계비 안순왕후의 능 창릉이 있다.

또 19대 숙종과 제1계비 인현왕후, 제2계비 인원황후의 능 명릉, 숙종의 원비 인경왕후의 능 익릉, 21대 영조의 원비 정성왕후의 능 홍릉이다.

이외에도 명종의 세자 순회세자와 세자빈 공회빈의 순창원, 영조 후궁이자 사도세자의 어머니 영빈 이씨의 수경원 등 2기의 원, 숙종의 후궁이었던 희빈 장씨가 묻힌 대빈묘 등 총 5기 왕릉과 2기의 원, 1기 묘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서오릉에서 가장 외로운 무덤은 자신의 옆자리를 비워둔 영조의 원비 정성왕후의 능, 홍릉일 것이다. 정성왕후는 1704년(숙종 30년) 연잉군(훗날 영조)과 혼인해 영조가 세제빈에 책봉되고 왕위에 오르는 모든 순간을 함께한 배필이다.

그러나 현재 서오릉에 위치한 홍릉은 마치 덜 완성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홍릉은 조선왕릉의 상설을 따르고 있으나 봉분이 곡담 한쪽으로 쏠려 오른쪽은 빈 공간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조영을 ‘우허제(右虛制)’라고 하는데 왕비가 먼저 승하해 능을 조성한 경우 왕이 훗날 자신도 왕비와 함께 묻히기 위해 능의 오른쪽 자리를 비워두는 것을 말한다.

영조는 자신이 세상을 떠나게되면 조강지처였던 정성왕후의 옆자리에 묻히길 바랐기에 우허제를 조영했다. 하지만 정조가 홍릉 자리를 버려두고 동구릉 내 원릉으로 영조의 능지를 정함으로써 홍릉은 현재까지도 빈 터로 남아있다.

이같은 사연이 담긴 서오릉 내 각각의 왕릉과 원, 묘를 다 둘러보는데 1시간가량이 걸린다.

산림산책로까지 둘러보려면 1시간40분정도 소요된다. 서오릉은 지하철 이용시 3호선 녹번역에서 내려 은평구청 방향에서 좌석 9701번 및 일반버스 702번을 타거나 6호선 구산역에서 좌석버스 9701번을 이용하면 된다.

한편, 메르스여파로 침체된 경기 회복을 위해 서오릉과 서삼릉은 7월 한달 무료 개방한다.
 

 

 

■ 주변 먹거리

- 배다리술도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4년간 청와대에서 즐겨 마셨던 막걸리가 있는 곳.

1915년부터 5대째 술도가를 이어온 이 곳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깊고 깔끔한 맛에 반해 청와대에서도 찾아 마셨다고 해 ‘대통령막걸리’로 불린다.

배다리쌀막걸리는 200m 천연암반수와 누룩, 청결미를 주재료로 자연발효에서 우러나오는 청량감과 감칠맛이 일품이다.특히 탁주의 단점인 입트림이 전혀 없고 숙취도 적을 뿐 아니라 단맛, 신맛, 쓴맛, 떫은 맛 등의 조화로 뒷 맛이 깔끔하다.

배다리생막걸리는 효모균이 다량 살아있는 천연 발효주로 노화방지를 위한 유기산 및 필수 아미노산 10여종이 함유돼있다.

비타민 및 영양소가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유기농 햅쌀로 지은 막걸리, 천년초 막걸리, 칵테일 막걸리 등 다양한 전통 막걸리를 만날 수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막걸리 판매장과 막걸리카페가 운영되며 기존의 배다리박물관은 지난 2월9일 폐관됐다.

주소 :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618번지

전화 : 031-967-8052

홈페이지 : http://www.baedari.kr/

대중교통 : 38번, 16번, 85-1번 버스



☞ 여행길잡이

- 서삼릉(사적 제200호)

▶주소 :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서삼릉출장소 연락처 : 031-962-6009 ▶정기휴일 : 매주 월요일 ▶이용시간 : 하절기(3~10월) 09:00~18:30 동절기(11~2월) 09:00~17:30 ▶관람소요시간 : 약 1시간

- 서오릉(사적 제198호)

▶주소 : 고양시 덕양구 서오릉로 334-92 ▶서오릉출장소 연락처 : 02-359-0090 ▶정기휴일 : 매주 월요일 ▶이용시간 : 2~5월, 9~10월 06:00~18:00, 6~8월 06:00~18:30, 11~1월 06:30~17:30 ▶관람소요시간 : 약 1시간

/글=이슬하기자 rachel@

/사진=오승현기자 o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