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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손맛 지키고 우리마을 살리자” 아낙네들 의기투합

경기신문 연중기획 -사회적 경제기업 탐방
아낙네영농조합법인

 

삼태기마을 부녀회서 된장 담그며 시작
2011년 조합 설립… 마을기업 선정돼

상수원보호구역이자 개발제한구역
제조시설 허가 불가… 판로개척 애로

새 돌파구 찾아 체험프로그램 개발
초록빛 장아찌 만드는 ‘그린파티’
겨울 김장체험 ‘레드&화이트파티’
메주 만들어 장 담그는 ‘브라운파티’
1년간 장 보관해주는 장독대 분양 인기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이란 뜻의 이탈리아어 치타슬로(cittaslow)에서 유래한 ‘슬로티’(Slowcity).

공해없는 자연속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보호하며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국제운동이다. 슬로시티는 인구 5만명이하, 도시 및 환경을 고려한 정책, 유기농식품의 생산과 소비, 전통음식과 문화보존 등을 조건으로 한다.

우리나라의 슬로시티는 총 11곳으로 수도권 내에는 남양주시 조안면이 유일하다. 조안면은 서울과 연결되는 동북부 관문이지만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마을 발전이 더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맑은 공기, 깨끗한 물과 토양 등이 보존돼 한국형 유기농업 마을로 발전하고 있다.

슬로시티 조안면을 기반으로 슬로푸드와 어머니의 손맛을 결합한 아낙네들이 화제다. 남양주시 조안면 조안1리 삼태기마을에 위치한 ‘아낙네영농조합법인(대표 정순례)’이다.

■ 마을 활성화를 위해 뭉친 어머니 손맛의 ‘아낙네들’

아낙네영농조합법인은 지난 2011년 삼태기마을 부녀회에서 9명의 아낙네들이 마음을 모아 시작됐다.

친환경 유기농 채소로 만드는 장아찌와 우리콩을 이용한 된장·고추장 등의 체험장을 운영하는 마을기업이다.

삼태기마을은 몇 년전까지만 해도 바로 아래 큰 도로변에서 모습조차 볼 수 없던 낙후된 부락이었다.

지난 2009년 정부의 ‘좋은마을 가꾸기사업’에 선정돼 마을로 이어지는 경사길이 다듬어지고 포장되며 야생화공원도 만들어졌다.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 삼태기마을로 산책 삼아 찾아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막상 마을로 들어서면 구경거리나 먹거리가 없다보니 사람들은 이내 발걸음을 돌리곤 했다.

“길이 좋아지고 공원이 생기는 등 마을 모습이 변하면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부녀회에서 마을 발전을 위해 뭔가 해보자라는 의견이 나왔고 된장을 다함께 담근 것이 아낙네영농조합의 시초”라고 정 대표는 당시를 회상했다.

부녀회에서 뜻을 함께한 9명의 시골 아낙네들이 각자 콩 1가마씩을 초기자금 삼아 출자, 메주를 만들고 된장을 쒔다.

 


그러다 지난 2011년 조합을 설립했고, 그해 바로 마을기업에 선정되는 영광도 안았다.

아낙네영농조합법인은 ‘마을에서 나는 작물만을 사용하고 어머니의 손맛으로 전통음식을 만들자’는 원칙을 정했다.

마을 활성화를 위해 시작해서다.

이들은 된장 다음으로 고추장, 청국장, 간장 등을 만들었고 마을에서 가장 많이 나는 ‘깻순’을 사용한 장아찌도 담갔다.

현재 아낙네영농조합의 상품은 장아찌를 비롯해 5가지 장류가 종류별로 생산되고 있다.



■ 계절마다에서 펼쳐지는 형형색색 체험파티

삼태기마을은 상수원보호구역이자 개발제한구역이다.

그렇다보니 생산을 위한 제조시설의 허가를 받을 수가 없었다.

이에 아낙네영농조합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참여해 직접 장아찌며 각종 장류를 만들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렇게 개발된 아낙네만의 체험프로그램은 총 3가지에 이른다.

▲초록빛 장아찌를 만드는 그린(Green)파티 ▲겨울 김장과 함께 건강밥상을 맛볼 수 있는 레드&화이트(Red&White)파티 ▲메주를 만들어 장을 담그는 브라운(Brown)파티 등이다.

그린파티는 이른 봄 애벌순만을 채취해 대표상품 ‘깻순장아찌’를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4~5월과 9~10월 중 체험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고 취, 뽕잎, 오가피, 머위, 질경이, 민들레 등 다양한 장아찌를 접할 수 있다.

지난 5월 진행된 모듬장아찌 체험활동은 주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여러가지 장아찌를 저렴한 가격에 한꺼번에 담아가서 1년내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배추김치, 백김치, 무김치 등 겨울김장 김치를 담그는 레드&화이트 파티는 11~12월 사이 진행된다.

1인당 2만원의 회비를 내면 김장체험과 함께 수육을 곁들인 건강밥상도 제공된다.

마지막으로 브라운파티는 1년 중 3번(2·4·12월) 열리는데 메주를 만들어 청국장, 막장 등을 담근다.

특히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장독대 분양’은 1회 17만원의 회비를 내면 1년간 고객들이 직접 담근 장을 장독대에 넣어 보관해준다.

고객들의 장독대를 보관하기 위한 장독대 전용 마당도 마련했다.

“4계절 내내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장아찌, 된장, 고추장 등을 만들다보니 쉴 틈이 없다. 초기 9명의 조합원에서 현재 6명으로 조합원 수가 줄었음에도 시골이다보니 젊은 인력이 충원되는게 쉽지가 않다”고 정 대표는 아쉬움을 표했다.

아낙네들은 정기적인 사회공헌 서비스까지 해내고 있다.

조합원 모두가 남양주시에서 운영하는 독거노인, 저소득가정 매니저역할인 ‘희망케어 매니저’로 활동중인 것.

조안면에 거주하는 11가구를 맡아 방문하고 아낙네영농조합의 상품들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양주시 내 푸드마켓에는 무료로 장아찌와 된장, 고추장, 막장 등을 기부하고있는데다 바자회 활동으로 얻은 수익 역시 기부하고 있다.

/이슬하기자 rachel@



 

“마을에서 나는 농작물만 사용… 롤모델은 잔다리마을공동체”

정 순 례 대표

국제슬로시티 수도권내 조안면 유일

우수성 입증된 유기농 작물로 차별화



식품허가 받고 신제품 개발 하고 싶다



“지난해 ‘대한민국 마을기업 박람회’에 참가해 우수부스상을 탔다. 어머니의 손맛을 지키려는 우리의 진심이 통한 것 같았다.”

정순례 아낙네영농조합법인 대표가 마을기업 활동 중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전국 247개 마을기업 중 우수상을 2번 거머쥐는 등 옛것을 지키고자 모인 아낙네들의 노고는 수시로 빛을 발했다.

올해는 ‘남양주시 슬로푸드 경연대회’에 나가 깻잎모듬튀김으로 동상을 탔다.

친숙한 깻잎만큼 아낙네의 대표 ‘깻순’이 전국민에게 알려지는 것이 정 대표의 최종 목표다.



- 타 업체의 제품과의 차별점은.

아낙네영농조합법인은 마을에서 나는 농작물만을 사용한다. 조안면이 국제슬로시티로 인증받고 지난 2011년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를 개최하는 등 유기농 작물의 우수성을 입증받고 있다. 이처럼 청정지역의 농작물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또한 타 지역에선 맛볼 수 없는 깻순을 이용한 장아찌도 대표적인 차별화된 상품이다. ‘깨순이네 깻순짱아찌’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도 마친 상태다. 깻순장아찌를 비롯, 7가지의 장아찌와 고추장, 된장, 간장, 청국장 등을 재래식 방식으로 직접 만드는 것이 아낙네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 조합운영에 있어 가장 힘든 점은.

지난 2011년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후 현재 3년이 지나 자립형 마을기업이 됐다. 현재는 지원제도 자체가 없어 자립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농업기술센터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아 새로운 제품을 준비하고 있지만 판매가 여의치 않다. 게다가 남양주시 조안면이 상수도 보호구역이자 그린벨트에 묶여 있어 삼태기마을 내에서는 제조시설을 갖출 수가 없다. 이로 인해 식품허가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설을 만들기 위해선 외부로 나가야하는데 시간적·경제적 면에서 불가능한 상황이다. 제품은 준비가 됐지만 자체적으로 판로를 개척하기가 힘들다. 인터넷 쇼핑몰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태기마을 내에서도 제조시설 허가가 나길 바라고 있다.



- 단·장기적 목표는

우선은 처음 조합을 설립한 계기처럼 조합을 통해 마을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우리 조합만의 체험사업이 아닌 마을 전체가 함께하는 체험사업이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엄마의 손맛을 살린 아낙네만의 제품이 많이 알려져야 한다. 우리 마을에선 깻순농사를 가장 많이 짓고 있는데 대다수 사람들이 깻잎은 알아도 깻순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깻순장아찌를 전국에 보급하는 것이 또 다른 목표다.

현재 마을기업 중 롤모델은 잔다리마을공동체다. 잔다리마을기업의 경우 식품허가를 받아 온라인 쇼핑몰과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또 지속적인 개발이 가능해 다양한 두부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잔다리마을공동체와 같이 식품허가를 받고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는 것이 우리의 장기적 목표다.

/이슬하기자 rachel@



 

상표등록 마친 ‘깻순장아찌’ 인기

■ 착한 기업, 이것만은 우리가 최고

새벽 풀향기 가득한 깨순이네 장아찌

- 100% 국내산 무농약농산물을 재료로 한 친환경 먹거리

- 깻순장아찌 포함 총 7가지 장아찌



■ 제품개발 후기

우리 마을에서 나는 작물만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삼태기마을에서 가장 많이 나는 ‘깻순’을 사용해 처음 장아찌를 담갔고 이후 머위, 취, 뽕잎, 오가피, 질경이, 민들레 등을 이용한 장아찌를 담고 있다.

머위 장아찌는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취 장아찌의 경우 친환경인증을 받은 밭에서 재배한 후 어린 취만을 사용해 깊은 향과 부드러운 맛을 볼 수 있다.

뽕잎은 아작아작 씹히는 오디열매의 식감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 일반 고객외에도 음식점에 납품할 만큼 인기가 많다.

특히 깻순 장아찌는 ‘깨순이네 깻순장아찌’라는 상표등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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