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났을 때, 전 세계는 숨을 죽이고 미국을 지켜봤다. 약 100년 전, 미국에서 일어난 대공황의 결과로 유럽은 전쟁을 준비했고, 이처럼 한 국가의 경제문제가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했기에 미국의 사태에 주목한 것이다.
물론 2008년 당시 전쟁이 일어난 곳은 없지만, 그 이후 전 세계는 미국이 펼치는 경제정책에 도미노처럼 무너져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는 미국이 세계경제에 끼치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전쟁과 경제의 상관성, 더 나아가 역사와 경제의 밀접함을 말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역사의 큰 줄기는 경제가 만들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전에서는 ‘경제’를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분배·소비하는 모든 활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 인류문명이 탄생한 순간, 경제도 함께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바이킹이 바다를 건너 약탈을 일삼은 것도 경제적인 이유였고 나폴레옹전쟁의 발단도 ‘대륙봉쇄령’이라는 경제정책이었다. 경제와 역사의 상관관계를 더 정확히 파악하려면, 산업혁명부터 세계사의 흐름을 지켜보면 된다.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공급과잉은 식민지시대를 열었고 서구 열강이 열광한 이 제국주의라는 정치·경제 체제는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을 불러왔다. 이후에 다시 시작된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공업시장이 너도나도 가격을 인하한 탓에 일명 ‘검은 목요일’이라 불리는 대공황을 야기했다.
자연과학과는 달리 사회과학은 실험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사는 매우 중요하다. 따로 실험을 할 수 없는 경제학에서는 역사적 사건이야말로 실험 케이스인 셈이다.
과거 이뤄졌던 경제정책과 그것에서 기인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제 이론을 발전시킬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생긴 혹은 미래에 일어날 경제적 사건을 예측하고 그 해결책으로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사의 필요성을 상기할 수 있다.
‘세계사에서 경제를 배우다’는 이처럼 인류의 역사는 곧 경제의 역사라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인류의 역사를 3부로 나눠, 1부에서는 메소포타미아문명 등 4대 문명의 탄생과 함께 경제의 형성 과정을 살펴본다.
2부에서는 영국의 산업혁명 등으로 성장한 경제가 역사를 어떻게 움직여 왔는지 바라보고, 3부에서는 제국주의와 경제 패권의 이동 등 과거의 경험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시각을 제시한다. 이 책을 통해 ‘경제학’을 일상과 동떨어진 학문이라고 치부했던 사람들은 경제학이 실제 우리 피부와 얼마나 밀착돼 있는지 알 수 있다. 경제학 입문자나 경제 교양이 부족하다고 느낀 사람들은 한 권의 책으로 역사와 경제 상식을 익히는, 즐거운 지식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