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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윤·이창숙 옮김. 448쪽. 1만6천원.
하늘이 만일 술을 즐기지 않았다면 어찌 하늘에 술별이 있으며
땅이 또한 술을 즐기지 않으면 어찌 술샘이 있으리요
天地가 하냥 즐기었거늘 술을 좋아함을 어찌 부끄러워하리
맑은 술은 聖人에 비하고 흐린 술은 또한 賢人에 비하였으니
성현도 이미 마셨던 것을 헛되이 신선을 구하는가
석잔술은 大道에 통하고 한말 술은 自然에 합하거니
모두 취하여 얻는 즐거움을 깨인 사람에게 이르지 말라

(天若不愛酒 酒仙不在天.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 天地旣愛酒 愛酒不愧天. 聖賢旣已飮 何必求神仙. 三杯通大道 一斗合自然. 但得酒中趣 勿爲醒者傳) - 이백의 한시 '월하독작'(月下獨酌).

주성(酒聖)이자 시선(詩仙)으로 불렸으며 물 속에 비친 달을 건지려다 물에서 영영 나오지 못했다는 전설의 주인공 이백(701∼763). 우리가 알고 있는 이백은 이처럼 낭만적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달과 술의 시인, 이백에게도 야속한 현실에 저항하는, 욕망과 인생의 우수와 적막에 대한 절실한 열정이 있었음이 30년간 그와 그의 시를 연구한 학 여성학자에 의해 드러났다. 1972년 문화혁명 이후 이백을 연구해온 만주족 여성학자 '안치'가 신비한 존재로서의 이백이 아닌 '인간 이백'의 면면을 소개한 평전 '영원한 대자연인 이백'(이끌리오 刊)을 펴냈다.
안치는 낭만적이고 피상적으로만 파악하는 기존의 문단·학계의 분위기에 의문을 두고 이백의 인간적인 면모를 연구해왔다. 이 책은 이처럼 반평생 이백의 흔적을 좇아온 저자의 연구 성과물이다.
그러나 학술적 전기라기보다는 문학적 전기라고 봐야 할 듯 하다. 저자는 서문에서 "몇몇 대목과 세부는 사실이 아니라 문학적 허구를 운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책 속의 주인공이 바로 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내 마음속의 이백이라고 할 수 있을뿐, 내 마음속의 이백은 사람이지 '신선'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구름밖으로 밀어내려고만 하나 나는 그를 대지로 돌아오게, 그에게 본래 모습을 돌려주고자 노력했다"고 안치는 적고 있다. 그렇지만 이 허구는 마음대로 꾸며낸 것이 아니라, 근거있는 추측, 이치에 맞는 상상이다.
여기서 이백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사람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탁월한 시적 재능과 웅대한 기개만큼은 당대의 누구 못지않고, 명성 또한 드높았지만 관직의 길은 순탄하지 못했다.
성당(盛唐) 시절의 드넓은 중국 천하를 끝없이 유랑하고 방랑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낭만적이지도, 신비하지도 않았다.
재상 집안의 데릴사위가 되고, 꿈을 꾸듯 입궐하고, 장안에서 가장 인기있는 사람이 되었으나 권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족쇄와 수갑을 차고 감방에 엎드려 눈물로 진정서를 쓰고, 유배길에 올라야 했다.

“하늘도 술을 좋아하니 부끄럽지 않도다”라고 노래하며 술을 마셨으나, 이는 때를 만나지 못한 시름을 삭이기 위함이었고, “잔들어 시름 녹여도 시름 더 시름겨웠을” 따름이었다.
그렇다고 책이 이백을 나약한 지식인, 혹은 실패자로 묘사하는 것은 아니다. 책 속의 이백은 관직을 구하기 위해 일생의 대부분을 유랑하지만, 그것을 구걸하지도, 비굴하게 허리 굽히지도 않는다. 그의 꿈과 이상은 경국제세(經國濟世)에 있었고, 관직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편이었을 따름이었던 것이다.
두보는 “시 한말에 시 백편”이라 하고, 후세 사람은“황금으로 술을 산 사람”이라고 했으나 정작 이백에게 시작(詩作)은 경국제세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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