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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

/서안나

먹지는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바라만 보며 향기만 맡다
충치처럼 까맣게 썩어버리는
그런 첫사랑이
내게도 있었지



 

모과가 익어가는 10월이다 노랗게 익어가는 모과는 크기가 일반 열매에 비해 큰 편이다 모양은 제각각이고 맛도 덥석 베어 물기엔 떫어서 먹을 수 없다 허나 그 향기는 너무나도 깊고 그윽해서 멀리에서도 반갑게 느껴지곤 한다. 먹지는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다가 향기만 맡다가 썩어버리는 그런 첫사랑처럼, 모과를 흉내 낸 첫사랑 열일곱의 내게도 찾아왔다 설레는 거울이었고 수줍은 운동화였고 얼굴 붉어지는 골목이었다. 고백하지 못하고 가버리는 날들 뒹구는 낙엽처럼 그저 스쳐 지나갈 뿐 그렇게 애타는 등굣길이었고 비 내리는 수요일이었다. 밤새 곱게 쓴 손 편지는 가방 안쪽에서 흔들릴 뿐 소년의 손에 닿지 못했다 까맣게 타버린 별빛을 안고 깨어나던 새벽안개 그런 그리움을 상기시켜주는 모과가 주렁주렁 열렸다.

/정운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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