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양극성 장애(조울증)를 앓던 중국계 미국인이 태국에서 LA로 가기 전 잠시 대기하기 위해 내린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에서 투신을 시도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미국인의 가족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항공사 측이 정신질환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신변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인천국제공항경찰단과 인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태국 여행을 하던 중국계 미국인 A(52)씨는 평소 앓던 조울증 증세가 나타나자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LA로 귀국하려 했다.
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고, 걱정한 가족들은 A씨가 탈 비행기 항공사인 싱가포르항공 측에 전화를 걸어 “관심을 두고 지켜봐 달라”고 요청했다.
항공사 측 이메일로는 조울증과 관련한 처방전도 보냈다.
A씨 증상은 태국에서 싱가포르로 가는 기내에서는 진정됐으나 싱가포르에서 환승해 LA로 향하던 중 다시 심해졌다.
그가 탄 비행기는 LA로 가기 전인 같은 달 18일 오전 9시58분쯤 경유지인 인천공항에 착륙했고, 싱가포르항공 측은 상태가 좋지 않은 A씨를 인천공항공사 보안요원에게 인계했다.
싱가포르항공 직원과 인천공항공사 보안요원은 당일 낮 12시30분쯤 미국 LA로 떠나는 비행기에 A씨를 태우지 않고 인천공항 환승 구역 내 호텔에 투숙 조치했고, 인천공항공사는 공사 대테러상황실을 통해 A씨를 ‘24시간 모니터링’했다.
그러나 A씨는 다음 날인 지난달 19일 오전 9시23분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내 환승구역인 탑승동 4층에서 3층 로비로 투신, 119구급대에 의해 인천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에 입국한 A씨의 가족은 “조울증이 심해지면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며 “인천공항에서 방치되다가 증상이 악화해 사고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보안요원이 근접 감시 중 제지할 틈도 없이 갑작스럽레 A씨가 추락했고, 항공사 손님인 환승객에게 문제가 발생한 경우라 공사는 책임이 없다”고 해명했고, 싱가포르항공 관계자도 “A씨 가족으로부터 사전에 주의를 당부하는 연락을 받았지만 이미 그가 관련 약을 먹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후 사고 상황도 항공사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인천=이정규기자 l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