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금)

  • 구름많음동두천 30.4℃
  • 구름많음강릉 30.5℃
  • 구름많음서울 31.7℃
  • 구름조금대전 32.8℃
  • 구름조금대구 35.4℃
  • 맑음울산 33.1℃
  • 구름조금광주 33.3℃
  • 맑음부산 30.4℃
  • 구름조금고창 31.8℃
  • 맑음제주 33.3℃
  • 구름조금강화 27.5℃
  • 구름조금보은 31.3℃
  • 구름많음금산 32.5℃
  • 구름조금강진군 33.7℃
  • 구름조금경주시 36.3℃
  • 맑음거제 30.0℃
기상청 제공
굶주린 천재에서 둔재까지 : 조선 광기 열전
푸른역사 刊. 333쪽. 1만1천900원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일이란 없다. 학문도 예술도 사랑도 나를 온전히 몰두하는 속에서만 빛나는 성취를 이룰 수 있다.”
한국고전문학 전공인 정민(44) 한양대 교수는 저서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열정과 광기에 사로잡혔던 조선시대 지식인의 내면을 드려다본다.
17세기 조선 시단(詩壇)에서 이름을 날렸던 김득신(金得臣·1604 ∼1684)은 사마천의 '사기' 중 백이전(伯夷傳)을 11만3천번 읽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그가 남긴 '독수기'(讀數記)'를 보면 다독에 관한한 엽기적인 그의 노력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백이전'을 그렇게 많이 읽어놓고도 김득신은 정작 길가다 우연히 들려온 '백이전'의 한 구절을 기억하지 못했을 정도로 머리가 나빴다고 한다.
이밖에도 꽃에 미쳐 ‘백화보(百花譜)’라는 책을 남긴 규장각 서리 출신의 김덕형(金德亨)이나 담배를 너무 좋아해 아예 담배에 관한 기록들을 모아 ‘연경(烟經)’이란 책을 엮은 이옥(李鈺), 독학으로 산학(算學)과 천문학의 대가가 됐지만 우울증과 곤궁 속에 굶어 죽은 김영(金泳)이나 자신을 책만 읽는 멍청이란 뜻의 ‘간서치(看書癡)’로 부른 이덕무( 李德懋) 등의 삶과 일화를 소개하면서 저자는 이전과는 다른 조 선후기 사회의 변화상과 함께 시대를 초월한 인간사회의 속성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준다.
그런데 열정과 광기로 얼룩진 삶을 살다간 이들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시대 ‘안티’ 혹은 ‘마이너리그’들이다. 그들은 죄인으로, 역적으로, 서얼로, 혹은 천대받고 멸시받는 기생과 화가로 한 세상을 고달프게 건너갔다. 심지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거나 심지어 굶어 죽기까지 했다.
저자는 뛰어난 업적을 남겼지만 시대에 가려져 하나같이 고달프고 힘든 삶을 살아야 했던 작은 영웅들을 이 책을 통해 복원해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