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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초등학교 우음분교/ 우음 생태문화학교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서해안 고속도로를 내리 달려 아침햇살이 창유리문에 와닿기 시작할 무렵 도착한 우음도(牛音島).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에서도 4km 남짓 떨어진 작은 섬이다. 시화호 한가운데 위치한 우음도는 해안선 길이가 2.4km밖에 안되는 섬이다. 한 때는 100명이 넘는 주민이 이곳에서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 살았지만 현재는 40여명의 주민이 밭농사로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갈대밭 양 갈래 사이로 쭉 뻗은 진흙밭길이 끝날 즈음 짙은 신록으로 뒤덮힌 채 우두커니 서 있는 섬, 그 곳에 지난해 문을 연 생태문화학교(옛 우음분교)가 자리잡고 있다.

우음분교는 섬 가장자리에 터를 잡고 있다. 480평쯤 될 듯한 운동장 담 주위로 측백나무, 향나무 등이 한껏 멋을 내며 서 있다. 교실 두개, 학교 관사로 쓰였을 방 하나, 화장실, 그리고 지은 지 얼마 안돼 보이는 건물 하나 옆으로 서 있다.
“어서와요, 온다고 해서 기다리다 뒷산에 올라가 고사리좀 뜯어왔죠. 그리고 이건 ‘참죽’ 나물이에요. 앞집 마당에 있는 나무에서 따왔어요. 참죽 알아요?”
학교로 들어서자 ‘화성의제21’ 사무국장이자 이 학교 출신인 최오진(39)씨가 도시에서 온 기자에게 산나물을 내밀며 자랑이 한창이다. 경기민예총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던 그는 고향인 우음도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지난해 말 화성으로 내려와 환경문화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잠시 뒤 면사무소를 다녀오는 길이라며 이곳 이재화(44) 교장이 들어온다. 옆동네 안산이 고향인 그가 우음도 지키미를 자처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건설업에 종사하던 이 교장은 몇년전 주말을 보내기 위해 우음분교를 빌려 들어왔다. “막상 들어와보니 시화호 생태계 파괴나 주민들의 현실이 참 비참하더라구요. 큰 충격을 받았죠.” 이후 그는 우음도 윤영배 어촌계장과 함께 빚더미에 올라앉은 어민들의 현실을 알리고 빚해결을 위해 수자원공사와 싸워왔다. 또 우음도 주변에 갯논을 만드는 등 어민들과 함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후 건설업은 아예 접고 우음도를 인수받아 생태문화학교를 연 뒤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이 교장은 동네 사람들과 환경운동단체의 도움을 받아 생태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시화호 환경의 중요성, 생태의 마지막 보루(寶樓)인 우음도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고정초등학교 우음분교가 섬 안에 설립된 것은 1964년이다. 당시는 학생 수가 50명 가까이 됐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 시절 우음분교는 이 마을의 중심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러나 1994년 시화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섬과 육지를 잇는 간척지가 생겨나자 섬 내에 있던 유일한 학교인 우음분교는 97년 문을 닫고 말았다.
이후 98년 안산민예총이 학교를 창작공간으로 임대해 활용하다 이듬해 오산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인 이재화씨에게 임대돼 현재 생태문화학교로 쓰이고 있다. 더 이상 운동장에서 아이들 재잘거림은 들을 수 없지만 마을 사람들과 방과 후 마을로 돌아오는 동네 아이들이 매일 오가며 학교를 이용하고 있다.
생태문화학교에서는 매년 환경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프로그램을 다양화했다. 시흥·안산·화성 등 시화호(始華湖) 주변 지자체의 시민단체와 지역 인사들로 구성된 ‘시화호 그린프로젝트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4월부터 11월까지 ‘시화호 그린 투어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전거를 타고 4㎞ 떨어진 공룡알 화석지 탐방하기와 우음도 주변을 둘러싼 조개무덤보기, 갈대 군락지를 이룬 우음도 섬 주변의 생태탐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환경친화적이며 지속가능한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시민단체와 주민,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되살아나는 시화호의 생태적 가치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된 행사다.
마을공동체 복원을 위한 노력도 큰 성과를 얻고 있다. 지난해 가을엔 처음으로 ‘보리갈대축제’를 열었고, 올해는 예전 이곳에서 격년제로 열리던 당제를 다시 복원했다. 지난달 29일, 30일 이틀간 열렸던 ‘우음도 생명희망 당제’는 시화호의 사라져간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고 생명과 희망을 영원히 지키고 간직하고자 우음도 주민들이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는 시민단체들과 이웃 마을 사람들, 시화호에 관심을 지닌 많은 이들이 참여해 우음도와 시화호의 안녕을 기원했다.
이 교장은 “시화호는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자연파괴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산교육 현장”이라며 “생태학교를 통해 개발의 허구성과 미래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소 두 마리가 울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우음도’란 이름이 붙여졌다는 작은 섬. 이 안에서 아직까지 파괴되지 않은, 생태의 마지막 보고(寶庫)를 지키기 위한 힘찬 전진이 이뤄지고 있다.

소중한 뒷 이야기
시화호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끝난지 10년, 그 사이 ‘우음도’는 많은 변화를 거쳤다.
1987년 방조제 공사가 시작되자 더 이상 어업에 종사할 수 없게 된 주민들은 생활 보상금 몇푼을 손에 쥔 채 도시로 향했다. 그러나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던 시골사람들이 도시에서 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장사를 하려다 빚을 지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직장을 얻지 못한 채 도시 빈민으로 살아야 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도시 노동자가 됐다. 몇푼 받은 보상금으로 도시생활을 하기는 턱없이 부족했고 많은 사람들이 결국 빚을 지거나 신용불량자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보상금의 반 이상을 반납해야 하는 사태까지 벌어져 주민들의 숨통을 조르고 있다. 시화호로 생계 터전을 잃은 것도 억울한데 법원이 어업 보상 산정기간이 잘못됐다며 이미 지급한 8년치 어업보상금에서 6년치를 반환하라는 판결을 최근 수년 동안 잇따라 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최근 시화호 ‘장기종합계획안’을 내놓고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시화호 생태를 완전히 몰살시키려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으나 속수무책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계획에 따르면 우음도는 생태공원으로 조성된다. 현재 생태문화학교와 마을주민들은 이곳이 공원으로 만들어진다해도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고민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우음도에는 현재 40여명의 주민이 상주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등록상 이곳의 인구는 140명에 이른다. 이곳이 개발되면 세입자 보상금을 타낼 생각으로 위장전입한 사람들이다. 현재 대책위를 구성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대다수의 주민들은 막막한 현실에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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