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은 결혼기념식에 붙이는 이름이 매우 다양하다. 1주년 지혼식(紙婚式), 5주년 목혼식(木婚式), 10주년 석혼식(錫婚式), 15주년 동혼식(銅婚式), 20주년 도혼식(陶婚式), 25주년 은혼식(銀婚式), 30주년 진주혼식(眞珠婚式), 35주년 산호혼식(珊瑚婚式), 40주년 녹옥혼식(綠玉婚式), 45주년 홍옥혼식(紅玉婚式), 50주년 금혼식(金婚式)으로 이어진다. 이 전통은 19세기 영국에서 체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기념식을 모두 치르려면 두 사람의 건강이 뒷받침 돼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특히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변치 말자”고 맹세하며 결혼을 하지만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해 더욱 그렇다.
결혼생활에 얼마나 많은 인내심이 필요한지 일찍이 이를 간파한 16세기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는 결혼은 조롱(鳥籠)과 같다면서, 밖에 있는 새들은 그 안으로 들어가려 애를 쓰고 안에 있는 새들은 밖으로 나가려고 애를 쓴다고 했다.
불행한 결혼을 하지 않으려면 반려자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러시아에 이런 속담이 있다. “전쟁터에 나가기 전엔 한 번 기도하고, 배 타러 가기 전엔 두 번 기도하고, 결혼하기 전엔 세 번 기도하라.” 신중함에 신중함을 더해도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사는 일이라 결혼도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결혼과 이혼’ 사이에는 뭐가 있을까? 정답은 아들딸도 아닌 ‘과’라는 우스갯말도 있지만, 그 둘은 백지 한 장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혼인지속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이 3만6천300건으로 전년에 비해 9.7% 늘었다. 혼인지속기간이 30년을 넘는 이혼 건수(1만3천600건)도 10년 전보다 1.9배 급증했다.
전체 이혼건수는 더하다. 올 4월 이혼은 9천500건으로 전년 동월(8천700건)보다 9.2% 늘었다. 엊그제 ‘세기의 커플’로 주목을 받았던 배우 송중기와 송혜교가 1년 8개월만에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해서 화제다. 알다가도 모를 관계, 역시 ‘부부’인가?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