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덕장
/박일만
젖은 습기마저 바다에 돌려 준 너희들
폭설을 맞고도 떠는 기색이 없네
삼삼오오 스크럼을 짜고 빳빳한 온기 나누며
겨울의 언덕을 타고 노네
그래도 왜 외롭지 않겠는가
올해나 작년에 다녀간 식솔들의 흔적 위에서
혹한을 견디는 일
맨살로 얼다 녹으며 세상 건너가는 나의 계절은
힘줄 만큼이나 질긴 것이네
살갗을 찌르는 동토의 바람
드디어는 조금도 아프지 않네
- 박일만 시집 ‘뼈의 속도’
인류애적인 사랑을 주고 떠나겠다는 우리 같은 범인(凡人)들의 다짐은 한낱 공허한 울림일 수 있다. 누군가로부터 그런 사랑을 받는다는 것 역시 생생하게 와 닿지가 않는다. 겨울 덕장의 황태처럼 맨살로 얼다 녹으며 세상을 건너가야 하는 우리들의 힘은 그렇게 멀고 큰 사랑에서 오는 것이라, 가까이에서 손을 맞잡고 부둥켜안을 수 있는 ‘식솔들의 흔적’ 위에서 세워지는 일일 것이다. 바로 내 곁에서 어깨를 부딪치며 빳빳한 온기를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사랑으로 살갗을 찌르는 동토의 바람을 견딜 수 있는 일일 것이다./김명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