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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박선경

포옹에는 낮고 둥근 소리의 음역이 있지

얼굴과 얼굴을 파묻고 그 무엇도 아무 것도 아닌

단지 하나의 음이 되었을 때

잘 빚은 어둠 불룩해지는 항아리 둥글게 포개어진

우리의 포옹은 고통인 줄 모르고 괄호를 열지

마주 선 거울의 매혹처럼 빈자리를 채워가는

컴컴한 뒤통수들

-박선경 시집 ‘사물의 겹침’ / 시와에세이·2019

 

 

 

 

 

예술은 겹쳐 보이는 풍경에 유념한다. 그것은 마치 경계선 같고 혹은 다름의 만남이 주는 제3의 빛깔 같은 것이다. 박선경 시인의 이번 시집 ‘사물의 겹침’에서는 길고도 다양한 겹침을 노래하고 있는데, 그 중에 ‘포옹’은 사람과 사람의 겹침을 통해 낮고 둥근 소리를 듣고 서로 마주하는 것이 고통임과 동시에 매혹임을 겹쳐 말하고 있다. 우리가 포옹이 필요한 것은 바로 누구에게나 다름을 향한 연민의 시선이 그립고, 누구에게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어둠의 뒤통수가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포옹은 갈증의 시간 속에 사는 나에게도 그대에게도 위로의 음역대를 둥글게 이루는 항아리 모양으로 오는 것이다. 문득 누군가와 겹쳐져 둥근 항아리를 그리고 싶은 날이다./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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