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 2009년 국제연합(UN)이 정의한 시대의 이름이다. 지난 2000년에는 평균 수명이 80세 이상인 국가가 6개국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31개국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선포하고 이런 시대를 ‘호모 헌드레드 시대’라고 정의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장수국 9위의 국가이다. 2017년 통계청이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65세 이상 인구는 14.2%로 고령화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제 우리는 100세 시대가 보편화된 국가에서 살고 있다.

평균 수명의 연장은 부부로 사는 기간의 연장으로 이어진다. 필자는 예비부부교육에 참여하는 예비부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만약 여러분이 30세에 결혼해서 이혼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과 70년 이상 함께 살게 됩니다” 이 말이 끝나면 놀란 눈으로 상대방을 쳐다본다. 이 이야기는 예비부부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부부로 사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부부로 사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부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18년 통계청의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혼인지속기간이 2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이 33.4%로 전체 이혼 중 가장 많은 구성비를 보였다. 자녀의 독립과 은퇴 등으로 갑자기 늘어나는 ‘부부의 시간‘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부부 아포리아(난관)에 빠지게 된다.

부부의 시간이란 부모, 노동자 등 다른 역할이 아닌 배우자 역할을 하며 보내는 시간을 의미한다. 이것이 준비돼 있지 않은 부부는 갑자기 늘어난 부부의 시간을 감당하지 못하고 이혼으로 이어진다.

현재 많은 부부가 부부의 시간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이전에는 많았던 둘만의 시간이 경제적 이유, 자녀 출산과 육아 등으로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부부의 시간, 경험되지 않고 갑자기 찾아오는 부부 시간은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부부의 시간은 다른 것에 의해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정도로 덜 중요한 것이 절대 아니다. 지금 당장 부부의 시간을 늘리지 않는다면 부부 아포리아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부부의 시간은 적극적으로 계획하여 만들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영화관이라도 함께 가야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여유 있는 날이 얼마나 있었는가? 만약 그랬다면 잠자는 시간이 부족하다거나 쉬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시간이 필요하다.

부부 시간을 만들기 위한 계획은 부부가 대화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가능해진다. 먼저 대화를 나누기 편안한 장소가 어디인지 확인해야 한다. 예전 데이트하던 곳을 찾아가거나 여행, 산책하면서 대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둘이 대화하는 것이 힘들다면 부부가 함께 강연이나 전문 상담사, 코치를 찾아가는 것도 대화를 나누는 좋은 방법이다.

익숙한 장소가 편안하다면 TV는 끄고 조용한 음악이나 조명을 바꾸는 것 등 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음식은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으로 준비한다. 자녀가 아직 어리다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자녀가 함께 한다면 부부의 시간으로 볼 수 없다.

가장 강력한 부부의 시간은 바로 성관계이다. 성관계는 단순히 성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식사, 드라이브 등 함께 시간을 보내며 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섹스리스(sexless)보다 더 무서운 것이 대화리스, 즉 대화 부족 또는 대화 단절이다. 성과 관련된 문제는 대부분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 성관계는 몸과 마음을 나누는 행위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는 내 마음을 절대 알 수 없다.

부부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할수록 부부 행복에 가까워진다. 우리는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을 기대하며 결혼했다. 부부의 시간을 희생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