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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폭풍전야

 

 

 

폭풍전야

                             /임혜신

한 남자를 찾아 바다를 건너가네

먼 지중해쯤

조개껍질 부서진 달빛을 밟으며

어느 그리스 여신의 젖가슴에서

여장을 풀고 있을 그 남자를 찾아

어둠에 젖은 닻을 채찍처럼 감아쥐고 가네

불안과 환희를 뒤섞는 저

풍만하고 낯선 질투의 품으로

한 여자가 가네

거대한 물의 말을 몰고

달려가네.

- 시집 ‘환각의 숲’ / 한국문연·2001

 

 

너에게 모든 걸 걸어버린 나는 날카로운 화살이 되고, 지중해 어디쯤에서 너는 희미한 과녁이 된다. ‘어느 그리스 여신의 젖가슴에서/여장을 풀고 있을’,너를 상상하는 나는 새로운 주체가 된다. ‘나’를 나로부터 분리시키고 소멸시키며 오직 너만을 향하는 주체. “비실존의 실존”. 지금 발밑에는 ‘바다’ 뿐이고, 나는 ‘거대한 물의 말을 몰고’ 낯선 육지를 향하고 있다. 너와 나의 미래는 문득 물(水)의 성질을 닮아 갈 것이다. 어떤 중심을 감지할 수 없는 물질과 물질 사이의 시간들. 내가 날카로워질수록 너는 희미하고, 네가 희미할수록 나는 날카로워질 것이다. 어떤 형태를 가지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세계. 사랑의 알 수 없는 지점을 통과하는 동력은 무엇보다 질투이다. 질투의 뜨거움. 사랑은 화상의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다. 나는 마술처럼 ‘어둠에 젖은 닻을 채찍처럼 감아쥐고’, 너는 ‘불안과 환희가 뒤섞’인 거처로 나를 운명처럼 유인하고.

/박소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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