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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밤

                    /백석

옛성의 돌담에 달이 올랐다

묵은 초가지붕에 박이

또 하나 달같이 하이얗게 빛난다

언젠가 마을에서 수절과부 하나가

목을 매여 죽은 밤도

이러한 밤이었다.

 

 

달밤을 상징적으로 내세운 이 작품은 달밤에 일어나는 어떤 이야기를 진술하고 있다. 도시에서 만나는 달밤과 산 쪽에서 아무도 없는 고즈넉한 밤에서 만나는 달밤의 차이는 크다. 수절과부의 어떤 사연이 있기는 하는데 그 사연이 밖으로 나오지 못한 까닭을 시인은 함축적으로 암시하고 있지만 여기서 횐 밤은 사회상규의 질서를 밝게 비추는 상황들을 암시하고 이야기 한 게 아닌가 한다. 그 진술은 그래서 정연한 질서를 유도하는 밤의 색체이거나 성과 죽음의 정서를 섬세하게 분출하는 상징적인 기운과 여성성이다. 어쩌면 시인은 어려운 인고의 삶들이 자신의 문학관에 한계를 느끼거나 자유롭지 못한 세상사의 시선들에 고풍스러운 고향사람들의 애절한 어둔 현실을 사회적인 시선들로 모순을 끌어들여 시골마을의 달밤 풍경에서 수절과부가 많은 사연을 남기지 못하고 목을 매여 죽었다는 진혼곡으로 익히는 동시에 성적인 기운과 죽음의 공포가 교차하는 달밤의 분위기가 어쩐지 서사적인 배경을 넘어 쓸쓸하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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