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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먼 길’ 낸 홍승표 시인

경기도청 관광과 과장(지방서기관 4급)인 홍승표 시인(48)이 첫 정형시집 ‘먼 길’(고요아침 刊)을 펴냈다.
총 77편의 정형시가 담긴 이번 시집은 86년 ‘한강문학축제’에서 장려상을 받은 이후 꾸준히 써온 작품들로 자유시와는 달리 정형시 특유의 운치와 가락의 맛이 느껴진다.
특히 이번 시집은 공직자 하면 으레 떠오르는 ‘딱딱함’ ‘건조함’ 등의 이미지를 한꺼번에 날려버린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묻어나는 자연 친화적 정서와 서정성 짙은 시어는 읽는 이로 하여금 감성을 풍부하게 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한 점 구름 벗 삼아/思惟의 뜰을 밝히면/물빛이 몸살 앓으며 江기슭을 더듬고/돌아서 노을에 젖는/그림자 내 그림자…’(가을편지 中).
서정성이 짙은 이 작품처럼 시인은 자연속에서 지적 목마름을 찾고 있으며 삶에 대한 단아하고 견고한 자세를 바로 잡는다.
시인은 또한 지천명의 나이에 이르렀음에도 삶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다.
‘至純의 피를 吐하며/향기 가득 채우는 대낮/고혹한 젖무덤이/시새움에 떨고 있다/醉한 듯 그 가슴에 기대어/첫사랑을 꿈꾼다’(장미 전문)
장미를 바라보며 삶을 향한 열정을 다시 한번 불태우는 저자의 모습이 은유적으로 드러난다.
시인 이지엽(경기대학교 한국동양어문학부 교수)은 홍 시인의 이러한 시적 사유에 대해 ‘감성의 에스프리’라고 평한다. “그의 시에는 감수성이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으며, 삶에 대한 의지와 경건함이 그 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인이 어린시절 자라온 환경적 요인과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남한강과 남한산성, 무갑산, 태화산 등이 둘러 있는 경기도 광주에서 빈농의 아들로 자란 시인은 자연을 베개 삼고 하늘을 이불 삼아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그곳에서 6남매 가운데 둘째로 태어난 시인에게는 힘들게 살아온 어린시절이 있다. 어려서부터 글쓰는 재주가 남달랐던 그는 고3때 연세대학교가 주최한 전국남녀고교생 문예 콩쿠르에서 시조 부문 장원을 차지했고, 입학금과 한 학기 등록금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어린 동생들과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해 대학을 포기한 그는 이후 공직에 몸을 담았고 30여년 이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어린시절 힘들었던 시간들과 삶의 애환들은 시적 가락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는 ‘눈을 쓸고 나서’에 잘 나타난다.
‘간밤에 쌓인 눈을 눈비비며 쓸고 나니…/쓸지도 덮지도 못하고 먼 하늘만 바라본다//세상을 덮고 또 덮는 것은 눈이 아니고 마음인가…(중략)//아픔보다 더 아픈 빛을 넘어…(중략)/마음은 눈발을 헤치며 저 스스로 길을 간다’
“가진 것 없지만 넉넉한 가슴으로 산아래 강물이 흐르듯 그렇게 살고 싶다”는 시인. 그는 지금처럼 올바르고 정직하게 자연을 닮은 ‘먼 길’을 묵묵히 걸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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