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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호] 국민이 바라는 '검찰 개혁', 그 새로운 개막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검찰개혁’은 그동안 검찰이 독점하고 있던 수사권과 기소권 등 무소불위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정부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으로 검찰 권력 분산을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현행법상 검사는 경찰의 수사 전체를 지휘할 수 있고,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며,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청구 또는 기각할 수 있다. 수사와 기소 등 모든 사법 권한이 검찰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은 막강한 권력을 오·남용해 수사나 기소를 자행한 경우가 잦았고, 이로 인해 국민을 위한 검찰이 아닌 정치검찰, 기득 세력을 위한 검찰이라는 비난까지 받아 왔다.

 

이 같은 이유로 ‘검찰개혁’이 거론돼 왔고, 그 해법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립’이 제시돼 왔다.

 

그 중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논의는 1997년에 처음 이뤄졌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도 논의돼 왔지만, 매번 검찰의 반발이 거세게 일면서 번번히 무산됐다.

 

그러나 마침내 수사권 조정이라는 과제의 마침표를 찍었다. 현 정부가 마련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시행령이 지난해 9월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올해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더불어 검찰개혁의 또다른 방안인 ‘공수처’도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수처는 현재 검찰이 독점 중인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이양해 검찰의 권력 비대화를 막고 독립성 제고를 위해 설립이 추진돼 왔다. 수사 범위에 제한이 없던 검찰의 권한을 축소시켜 권력을 분산시키겠다는 목적이다.

 

1996년 첫 논의 이후 김대중 정부 시절 공수처 신설이 국회에서 논의됐으나 무산됐다.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공수처법을 발의해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신설을 시도했지만, 야당의 반발로 도입되지 못했다. 이후 검찰개혁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공수처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지만, 매번 국회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공수처 신설’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는 공수처 설립을 골자로 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이 21대 첫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초 출범을 앞두고 있다. 공수처장 선정과 수사처 검사 임명 등의 과정만 마치면 무리없이 출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면 어떻게 달라지나?

 

 

▲ 경찰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이 부여된다.

 

이로써 경찰과 검찰은 ‘명령과 복종’의 수직적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의 상호 협력과 존중을 기반으로 한 대등한 관계가 됐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법에서도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라는 검사의 수사지휘권 조항을 삭제해 경찰의 온전한 수사 주체성을 인정했다.

 

이렇듯 수사의 주체가 된 경찰은 앞으로 범죄의 혐의가 있음을 사료할 때는 범인과 범죄사실, 증거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됐다.

 

범죄를 수사한 후 경찰은 혐의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해야 한다.

 

다만, 혐의가 없는 것으로 인정하는 경우에는 경찰 단계에서 수사를 종결하고, 그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함께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 이때 검사는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검토한 후 경찰에게 반환해야 한다.

 

경찰은 또 사건을 불송치하는 경우 송부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고소인・고발인・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하 ‘고소인 등’이라 한다)에게 사건을 송치하지 아니하는 취지와 그 이유를 통지해야 한다.

 

단, 통지를 받은 고소인 등은 이의가 있는 경우 해당 사법경찰관의 소속 관서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고, 경찰은 고소인 등의 이의신청이 있는 때에는 지체 없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고 처리결과와 이유를 신청인에게 통지해야 한다.

 

또 개정법은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영장의 청구 여부에 대한 심의를 위해 영장심의위원회를 고등검찰청에 설치하도록 했다. 이때 위원회의 위원은 고등검찰청 검사장이 위촉하며 위원회 구성 및 운영 등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했다.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 사법경찰관은 관할 고등검찰청에 ‘영장청구 여부’에 대한 심의를 신청할 수 있고, 사법경찰관은 심의위원회에 출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 검찰

 

수사권이 조정됐어도 일부 중요 범죄에 대해서는 여전히 검사의 직접수사가 가능하다.

 

그 범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와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 범죄 및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인지한 각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 등이다.

 

이 외의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이 부여됨에 따라 검찰에는 이를 견제할 제도적 통제 장치를 갖게 됐다.

 

개정법은 검사가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 또는 공소의 유지에 관해 필요한 경우나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영장의 청구 여부 결정에 관하여 필요한 경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검사의 보완수사요구에 대하여 사법경찰관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따르도록 이행의무를 규정했다.

 

검찰총장 또는 각급 검찰청 검사장은 사법경찰관이 보완수사요구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는 경우, 권한 있는 자에게 해당 사법경찰관의 직무배제 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고, 그 징계절차는 ‘공무원 징계령’ 또는 ‘경찰공무원 징계령’에 따르도록 했다.

 

또 검사는 경찰 수사과정에서 ‘법령위반, 인권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사실의 신고가 있거나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경우 경찰에 사건기록의 등본을 송부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요구를 지체 없이 따라야 한다.

 

이 외에도 경찰에게 사건기록 등본을 송부받은 검사는 사건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경찰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은 검사의 시정조치 요구에 대해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이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경찰이 검사의 시정조치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는다면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사건을 송치할 것을 요구할 권한을 부여받는다. 이때 송치요구를 받은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

 

검사는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법령위반, 인권침해 또는 현저히 수사권을 남용한 사실을 발견한 경우, 검찰총장 또는 각급 검찰청 검사장은 권한 있는 사람에게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경・검이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는 경우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사건을 송치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송치요구를 받은 사법경찰관은 이를 따르도록 해 검사에게 사건의 우선권을 부여했다.

 

다만, 사법경찰관이 검사보다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먼저 영장을 신청한 경우 해당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을 계속 수사할 수 있게 했다.

 

검사는 90일간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사건기록을 검토할 수 있다. 그 경우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은 것이 위법 또는 부당한 것을 인지한 때에는 그 이유를 문서로 명시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으며 재수사 요청을 받은 경찰은 재수사를 해야 한다.

 

◇ 공수처 출범이 가져올 변화는?

 

 

공수처는 이름 그대로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는 업무를 맡는다. 이에 따라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기소권·공소유지권을 공수처로 넘기게 된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대통령·국회의원·대법원장과 대법관·헌법재판소장·헌법재판관·국무총리·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무직 공무원·판검사·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 등이며, 이 중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선 기소권을 지닌다.

 

중복되는 범죄 수사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우선 수사권을 지니며,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에서 같은 사건에 대한 중복 수사가 발생했을 경우 필요 시 해당 기관에 요청해 사건을 이첩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하면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했으며, 대신 공수처장은 이를 통보한 수사기관 장에게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하도록 했다.

 

이로써 검찰이 갖고 있던 권력은 경찰과 공수처로 각각 분산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더불어 고위 공직자 수사권까지 이첩시켜 검찰이 수십 년간 독점해 온 무소불위 권력을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한편, 현재는 지난달 28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김진욱(54·사법연수원 21기·사진 왼쪽)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57·사법연수원16기·사진 오른쪽)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을 초대 공수처장 최종후보 2인으로 추천한 가운데 문 대통령은 김진욱 헌재 선임연구관을 지명했다.

 

이에 따라 김 선임연구관은 인사청문회만 거치면 초대 공수처장으로 임명된다.

 

공수처장이 최종 발탁되면 수사처 검사 임명 등의 과정을 끝으로 이르면 이달 중순쯤 공수처 출범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 검찰개혁 시즌2 거론···여전한 검찰권력 때문?

 

 

윤석열 검찰총장의 현직 복귀가 결정되면서 검찰개혁 시즌2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주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주축으로 한 ‘행동하는 의원모임 처럼회’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찰이 기소권과 공소유지 권한을 갖는 ‘공소청’을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올해 1월 1일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되지만,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와 대형참사 등 6개 분야에 대해서는 여전히 검찰의 직접수사를 허용하고 있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완전 분리하는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2’에 들어간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존의 권력기구개혁태스크포스(TF)를 당내 검찰개혁특위로 전환해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후속 법 개정 작업을 통해 검찰이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작업을 연구 중이다.

 

이와 함께 공수처의 신속한 출범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의 윤곽이 드러나면 다시 한 번 검찰개혁의 힘이 실릴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 국민이 염원하는 검찰개혁... 반드시 이뤄야할 과제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검찰개혁은 다수의 국민이 뜻을 함께하고 있다. 여러 지식인 단체와 종교단체 등의 시민단체도 시국선언을 통해 이와 관련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1일 4대 종교(천주교·개신교·원불교·불교)로 구성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종교계 100인’이 “법무부의 검찰개혁 조처를 지지한다”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같은 달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일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종교계 100인 선언을 지지한다”며 “검찰은 오늘 이 순간까지 자신이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면서 참회하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다음날인 8일에는 3800여 명이 연대 서명에 동참한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그리스도인’도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같은 달 9일에도 오전 10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전국불교도선언’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같은 날 원불교도 국회 앞에서 검찰개혁 촉구에 나섰다.

 

이 같은 ‘검찰개혁의 목소리’는 들불처럼 확산돼 전국 곳곳에서 시민단체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경기권에서는 수원시민사회단체가 수원지검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영·호남에서는 창원지검 앞 52개, 부산지검 앞 54개, 안동·대구지검·포항지청 앞 71개, 광주지검 앞 44개, 순천지검 앞 124개, 전주지검 앞 60개 단체들이 동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대전과 충청권(세종·충남·충북) 118개 시민단체도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정치검찰 규탄과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긴급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현 사태가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개인적 충돌이 아닌 시민의 준엄한 명령인 검찰개혁을 막아서는 반개혁적 집단 항명의 대결이라고 꼬집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 전국적 차원의 시국선언을 낸 것은 사상 초유로 국민들이 힘을 모아 검찰개혁이라는 뜻을 함께 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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