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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지옥 ‘코호트’…부끄러운 K-방역의 속살

‘도살장 신세’ 호소 동부구치소·요양병원, 총력 지원을

  • 등록 2020.12.31 06:00:00
  • 13면

천만뜻밖이다. 방역 당국이 교정기관과 요양병원 등 집단수용시설을 이렇게 엉터리로 관리해온 줄은 꿈에도 몰랐다. 법무부 소관인 서울동부구치소에서 감염된 코로나19 확진자가 30일 오전 현재 792명으로 늘어났다. 전국의 요양병원에서 감염된 환자는 27일 기준 900여 명, 코로나19로 숨진 사람만 지난 28일 기준 모두 57명을 헤아린다. 특히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은 마치 살처분을 기다리는 ‘도살장’처럼 취급되면서 방치돼있다고 아우성이다. 지금이라도 집단수용시설에 대한 총력 지원이 절실하다.

 

서울 동부구치소에서는 29일에도 233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첫 환자 발생 후 한 달 만에 800명 가까운 확진자가 쏟아졌다. 단일 시설 내 최대 규모의 감염이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시설에서 터졌다는 사실은 세계에 자랑해온 K-방역의 부끄러운 속살이다. 구치소 같은 집단거주 시설은 원래 감염에 취약한 데다 동부구치소는 모든 활동이 실내에서 이뤄지는 아파트형 구조여서 특별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환자가 발생하기 전에는 수용자들에게 마스크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지난 15일 두 자릿수 확진자가 나왔는데 사흘 뒤에야 전수 검사를 했다고 한다. 수용자가 정원을 초과한 과밀 상태임에도 수용 인원의 30%가 감염돼 ‘코로나 지옥’이라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서야 환자 345명을 경북 청송교도소로 이송했다.

 

노인요양시설 상황은 더욱 비참하다. 요양 시설 내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하되 중증 환자는 전담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 급증에 따른 병상 부족으로 이송을 기다리다 가족 얼굴도 한번 못 보고 사망한 환자가 이달 들어서만 40명이 넘는다. 지난 27일 기준으로 서울 구로구 요양병원 136명, 경기 부천시 효플러스요양병원 164명, 전북 김제시 가나안요양원 91명, 충북 청주시 참사랑노인요양원 105명, 울산 남구 요양병원 243명 등 대규모 집단감염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들을 치료하는 요양병원에는 코로나 진료 경험이 있는 의료진도 없고 인공호흡기도 태부족하다. 그런데도 ‘코호트 격리’만 하고 환자가 죽거나 말거나 내버려 두는 상황이란다. 환자와 가족들은 “일본 유람선처럼 갇혀 죽어가고 있다”며 ‘도살장’에 다름 아니라고 하소연한다. 올 2월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사망자가 속출한 비극을 보고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노를 부른다.

 

코호트 격리된 시설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한 관리를 놓고 “21세기 서울 한복판에서 역병이 창궐했다고 길을 막고 다리를 끊어 단 한 명의 환자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조선 시대 방역이 웬 말이냐”는 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의 절규가 아프게 들려온다. 24시간 목숨을 건 격무에도 현장을 이탈하지 않고 사경을 헤매는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료진의 “제발 좀 지원을 해달라”는 호소에 가슴이 먹먹하다. 아직 이 전쟁은 멀었다. 제발 정부 당국이 제대로 해주길 신신당부한다.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된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변명만 앞세워서는 해결될 일이 아무것도 없다. 사람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일을 이렇게 부실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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