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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통제하는 국정원 시대 시작됐다”

곽노현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 공동대표 인터뷰
63건 정보 공개 고무적 성과·공개 넘어 폐기 요청 계획

 

“불법사찰 공개를 넘어 폐기로 간다”

 

지난 19일 국정원은 시민단체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의 요청에 따라 불법사찰한 문건 63건을 당사자들에게 직접 발송했다. 시민의 목소리에 국정원이 스스로 정보를 내어준 건 이번이 첫 사례로 이례적이고도 역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법사찰 문건을 내놓으라며 연대한 시민은 무려 1000명, 그 맨 앞에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 공동대표 곽노현 전 교육감이 있다. 본지는 21일 곽노현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 공동대표와 유선을 통해 이번 성과를 이루기까지의 3년의 역사를 자세히 들었다.

 

2017년 가을 무렵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의 시작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때를 같이 한다. 문재인 정부 첫 국정원장인 서훈 씨는 민간인을 사찰하는 국 2개를 전격 폐지하고 불법사찰 정보를 봉인하겠다고 발표했다. 2016년 겨울 거리에서는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검찰 개혁, 국정원 개혁, 재벌 개혁’을 외쳤다.

 

 

곽노현 대표는 “1997년부터 나는 국정원에 대한 불법사찰 정보공개 청구 운동을 늘 마음에 담아왔고 때를 봐 왔다”라며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끝에 2017년 가을을 결정적인 때로 잡았다. 서훈 당시 국정원장의 국정원 개혁 기조인 불법사찰 정보의 봉인을 넘어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국정원개혁위원회가 꾸려졌고,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라며 “20년간의 해외사례 연구와 준비기간을 거쳤기에 1000여 명의 시민이 단숨에 함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곽 대표의 내공과 각계각층의 목소리, 시민의 힘은 컸다. 2017년 출범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불법사찰 문건 공개 요청과 3번의 재판을 거쳐 3년 만인 지난해 11월 13일 결국 대법원에서 승소를 이끌어냈다. 이제 국정원은 시민이 요청하면 당사자에게 자료를 내어줘야 하는 시대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곽노현 대표는 그러나 기쁨도 잠시, 막상 불법사찰 문건을 들여다봤을 때의 참담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국민을 일명 ‘건전화’하겠다는 이유로 다양한 생각을 가진 각계각층의 국민을 모든 수단과 방법, 그 어떤 기관도 가리지 않고 동원해 상상 가능한 모든 불이익을 주라고 지시하고 있다”라며 “정부에 대한 비판의식 여부는 국민이 판단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발상을 이들은 적으로 간주했다. 국정원은 국가권력을 폭력으로 바꿨다. 국민을 국가폭력의 피해자로 만들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기에 곽 대표는 이번 결과에 더 큰 의미를 둔다. 그는 “그간 도청, 미행, 동향조사와 같은 온갖 불법적인 방법으로 개인을 감시해온 국정원을 이제는 시민이 통제하는 시대, 그 시작의 방아쇠를 당겼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크게 우리나라 모든 정보를 수집하는 곳이 아니다. 적법한 대상에 대해 적법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해야 맞지 않나”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제 법원의 판단을 받아 국정원의 악행을 제지할 수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은 이제 개인을 넘어 각종 시민단체, 정보 공개를 넘어 완전한 폐기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곽 대표는 “국정원은 좌파성향의 국민을 일명 ‘건전화’하겠다며 마치 ‘삼청교육대’ 수준의 악행을 저질렀다. 모여서 목소리를 내는 단체에는 오죽할까. 아마 수없이 많은 문건이 존재할 것”이라며 “단체들이 어떻게 정보 공개 청구를 해야 해당 단체에 관한 모든 정보를 받을 수 있는지를 알릴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국정원은 정보 요청을 하면 공개하겠다고 말하지만 너무도 불성실하다. 이들을 잘 알고 있는 우리가 정보 요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며 “그 기준을 토대로 국정원에 요구하면 누구나 자신에 대한 모든 불법 자료를 받아보고 폐기를 요구하도록 만들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 경기신문 = 노해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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