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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섬을 가다 17 - 장봉도 일대 새우잡이와 곳배이야기(3)

 -풍어와 액막이 기원의 띠뱃놀이, 한선(韓船)의 모습이 담긴 곳배

 

멍텅구리 배인 곳배를 통한 조업은 1년 중 몇 개월 가능할까? 봄철 출항하면 겨울철 입항하게 되는데, 조업활동은 보통 6~7개월 정도 된다. 겨울철에는 파도와 바람 때문에 오랜 시간 할 수가 없다.

 

배들은 한 곳에 붙박이로 있어 바닷물이 들고 나는 방향에 따라 그물을 돌려 대면서 물길을 따라 흐르는 새우를 잡아 올리는데, 보통 5척이 서로 붙어 작업을 한다. 작업선 옆에는 동력(운반)선이 항시 대기하며, 잡은 새우를 운반하기도 하지만 배에서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 체크 Point 1. 물살의 세기에 따라 암해의 위치가 달라

 

조업은 4월부터 이뤄지는데 초봄부터 오월 단오 무렵까지 한시기, 단오 무렵부터 말복까지 한시기이며 추석 무렵부터 입동까지 한시기에 이뤄진다. 출어준비는 보통 한 달 전부터 한다. 그 기간 동안 그물을 손질하고 배를 수리하며 각종 어구를 마련한다.

 

출어준비가 끝나고 어업 철이 되면 ‘고’를 먼저 놓은 다음 동력선이 곳배를 어장으로 끌어다 준다. 어장에 도착하면 선수를 조류가 흘러오는 쪽으로 하고 수해와 암해에 연결된 자루그물을 바다에 투입한다. 그물을 넣은 후 암해사닥통(암해호롱)을 풀어 암해를 내리는데, 조류가 약할 때는 해저 바닥에 닿도록 내리고 세어지면 약 2발정도 내린다.

 

그물과 암해를 내리고 난 후 기다리다 물때가 바뀌기 1시간 전부터 암해를 올리고 그물을 올린다. 그물은 꼬리 부분인 ‘불뚝’만 배 위로 끌어올려 묶인 부분을 풀어 잡힌 새우를 털어낸다. 이러한 작업을 하는 사이 물때가 바뀌면 배의 방향도 바뀌어 다시 조류가 흘러오는 쪽으로 선수(이물)가 향하게 된다.

 

배의 방향이 바뀌고 난 후 불뚝을 묶어 그물을 내리고 다시 암해를 내린다. 그물과 배의 방향이 바뀌고 나서 갑판에 잡아 놓은 새우를 정리하며 소금에 절여 젓독(또는 드럼통)에 넣어둔다. 이런 작업을 하루 네 차례 할 수 있고 동력선이 매일 들러 잡은 새우를 가져간다. 건새우로 판매할 때는 즉시 건어장에서 말리는데 좋은 날은 한나절이면 다 마른다.

 

한번 그물을 끌어올릴 때 어획량은 3~4드럼통 정도다. 예전에는 젓독에 담았는데 1960년대 초반 새우가 잘 잡힐 때 하루 4회 작업에 젓독으로 85개에서 140개 정도까지 어획량을 올렸다고 한다. 1997년을 기준으로 임금은 3월부터 10월까지 한 해에 선장이 1500만~2000만 원, 영자가 1200만~1500만 원, 이자·삼자·동사가 각각 1000만 원 안팎, 도무장이 600만~700만 원 정도였다.

 

 

▶ 체크 Point 2. 풍어와 액운 퇴치 기원의 어로 신앙

 

장봉도는 당산굿과 띠뱃놀이가 유명했다. 매년 어부들이 배를 타지 않는 정월 초순에서 보름 사이에 당산굿을 했으며, 오색 원색의 만선 깃발을 펄럭이면서 사물과 함께 뱃노래를 부르며 어부들의 무사복락과 풍어를 기원했다. 당산굿은 정월 보름 전에 지냈으며, 당목이었던 소사나무가 평촌 입구에 아직도 있다.

 

띠배의 크기는 길이 3m, 높이 80㎝, 너비(폭) 1.5m 정도다. 가운데는 2개의 돛이 세워져 있으며, 고물(선미)에는 나무로 만든 닻과 오색기가 달린 나무 가지가 꽂혀 있고, 이물(선수)에는 잘 뜰 수 있도록 여러 개의 부망(敷網)이 부착돼 있다.

 

띠배띄우기는 거의 마지막 행사에 이뤄지는데, 바다로 끌고 갈 모선과 띠배를 줄로 연결해 바다에 띄우고 모선은 띠배를 끌고 먼 바다고 나간다. 이때 모선에는 풍물패와 배의 주인이 오르는데, 이들은 띠배를 띄우고 마을로 돌아오는 동안 선상에서 노래를 부르며 신명나게 놀이판을 벌인다. 띠배(돛단배)가 어느 정도의 지점에 도달하면 모선과 연결된 줄이 잘라지며 띠배는 모선에서 점점 멀어져 망망대해로 떠내려간다. 아마도 풍어를 빌며 마을의 액운을 막아달라고 기원했을 것이다.

 

띠배를 보내면 대동제(뒤풀이)가 이어진다. 풍물가락에 맞춰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선착장에 나와 춤과 노래를 부르며 한바탕 멋지게 어우러진다. 선주는 춤추며 돈을 뿌려 함께 조업할 선원의 사기를 북돋기도 했다. 당시 이 놀이를 재연해 경기도 경연대회(인천공설운동장)를 열었던 사진이 건어장 방파제 벽화 사진에 전시돼 있다.

 

2000년 이전만 하더라도 쉽게 민간신앙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개신교의 급속 전파 영향으로 인한 미신 치부 경향, 마을 주민 간의 결속력 약화 등으로 거의 실시되지 않고 있다. 당산, 당(신)목, 서낭당 등 이젠 사라질 언어로 남아 있을 뿐 빛바랜 사진 속에서만 과거의 영화를 볼 수 있다.

 

▶ 체크 Point 3. 전통적인 우리 배인 한선(韓船)의 모습을 간직한 ‘곳배’

 

임진왜란 때 명량해전에서 사용했던 우리 배 판옥선, 500년이 지났어도 그 모습을 간직한 곳배. 그 관련성은 무엇일까? ①물살이 센 좁은 수로에서 안전하며, 회전이 가능하도록 평평한 저판(밑바닥)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② 배의 규모, 이물과 고물의 비율, 전체 높이 등에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③ 그물과 닻을 올리기 위한 호롱을 사용하고 있다. ④ 이물의 구조가 전통 한선과 동일하다는 점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좁은 수로에서의 새우잡이 배는 해전(海戰)에서도 으뜸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제 곳배는 바다에서 사라졌지만 우리 배의 맥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전통 한선 연구의 가치는 매우 크다. 그런 의미에서 장봉도 건어장의 곳배는 비록 모형이지만 의미가 있으며 홍보, 보존 및 전시, 관광 자원화를 위한 연계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석훈 문학박사·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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