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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는 필요악인가

'사형제도 유지해야 하나, 폐지해야 하나'
미국 일리노이 주는 2000년 1월에 사형 집행을 일시 중지했다. 그리고 2년 뒤 14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사형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무고한 사형수 4명을 석방하고 167명을 감형했다. 이 같은 획기적 개혁조치는 사형 선고의 대부분이 잘못된 판결이었다는 조지 라이언 주지사의 판단에서 비롯됐다.
한국의 경우 1948년 건국 이후 지금까지 902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김영삼 정부가 정권 말기인 1997년 12월 30일에 23명을 한꺼번에 처형한 뒤 지금까지 한 명도 사형당하지 않고 있다. 세계 195개국 중 사형이 존치하는 나라는 83개국. 나머지 112개국은 사형제도가 폐지됐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사형존폐론이 거론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지난 16일에는 열린우리당이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현행법에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특별법안을 만들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처럼 '사형제도가 필요악인가'하는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의 검사 출신 변호사 '스콧 터로'가 자신이 직접 다룬 여러 사형 사건과 일리노이 사형위원회에서 2년동안 사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안을 연구한 경험을 담은 책 '극단의 형벌'(교양인 펴냄)을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터로는 끔찍한 연쇄살인현장과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교도소, 차가운 사형 집행실을 오가며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과 가해자, 유족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들려주고 있다. 특히 법이라는 이름으로 잔인하게 유린당한 삶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면서 완벽하고 정의롭고 공정한 사형이 불가능하다면 이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저자는 자신도 한때 사형 존치론자였다고 고백한다. 젊은 시절에 사형 폐지론을 지지했던 터로는 검사 생활을 하면서 존치론자로 변신했다가 무고한 사형수들이 많다는 사실을 안 뒤로는 폐지론으로 기울었다. 1973년부터 올해 1월까지 사형수로서 감방에 복역하다가 무죄가 입증돼 풀려난 사형수의 숫자는 무려 114명에 달했다. 즉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법률가들의 오류와 사법제도의 근본적 한계를 감안할 때 사형제도 유지는 지극히 비인간적이며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사형이 효과적인 범죄 억제책이라는 주장과 사형이 무기징역보다 비용을 절감해준다는 주장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볼 때 근거가 없다고 터로는 주장한다. 살인 사건의 독특한 성격과 피해자와 가해자의 인종과 성별, 빈부 격차, 살인 지역 등이 사형 선고에 심각한 영향을 끼쳐 공정하고 합리적인 재판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1976년 이후 미국 전체 사형 집행(917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던 텍사스 주는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살인율을 기록하고 있다. 어떤 사회학자들은 사형 집행이 되레 살인을 자극한다는 '야만화 효과'를 우려한다. 백인을 죽인 살인범은 흑인을 죽인 경우보다 사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3.5배나 높다는 사실도 법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또 사형수의 90% 이상이 변호사를 제대로 선임할 수 없는 빈자들이었다. 공범인데도 부자는 징역형에 그친 반면 가난한 사람은 사형 선고를 받기도 했다.
저자는 이런 점을 근거로 들어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현재의 사법제도로는 무고한 사형수가 생기는 것을 완벽하게 방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부, 권력, 지위는 여전히 인종간 경계선을 따라 매우 불균등하게 분포돼 있다는 사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정영목 옮김. 268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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