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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후진국형 아동학대·치사, 제발 좀 끝내자

‘아무나 부모가 되는’ 세상 바꿀 정교한 대책 절실

  • 등록 2021.02.17 17:59:38
  • 13면

설 연휴 내내,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 뉴스 보기가 두렵고 부끄럽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도무지 끊이지 않는 후진국형 아동학대와 치사사건 소식 때문이다. 가정, 어린이집을 막론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을 접하며 문득 친부모이건 아니건 성인들의 아동학대가 우리 사회의 치유 불능 병폐가 된 건 아닌지 걱정이 치솟는다. 이렇게 갈 수는 없다.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렇게 아이들이 망가지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나.

 

인천 서부경찰서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인천시 서구 한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2명을 구속했다.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에서 확인한 교사들의 학대 의심 행위는 놀랍다. 이들이 자폐증 진단을 받거나 장애 소견이 있는 5명을 포함한 1~6세 원생 10명에게 휘두른 학대행위는 불과 2개월 사이에 각각 50~100여 차례에 달했다. 이 어린이집의 다른 보육교사들의 학대 의심 행위도 50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0일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는 2살 여자아이가 숨진 채 미라의 모습으로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아이의 친부는 오래전 집을 나갔고, 친모가 6개월 전 빈집에 아이를 혼자 버려두고 이사를 간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2일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20대 부부에 대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지난 9일 전북 익산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생후 2주 된 아들을 ‘분유를 토한다’는 이유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청통계에 따르면, 온 국민을 공분케 한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0월 13일 이후 올해 1월까지 아동학대 월평균 신고는 267건으로 집계돼 이전이 180여 건에서 약 47% 정도 증가했다. 설 연휴에 살인·강도·절도·납치·성폭력·가정폭력·아동학대·데이트폭력 등 중요범죄 112 신고는 1천530건으로 작년(1천596건)보다 4.1%가량 소폭 감소한 한편, 아동학대 신고는 47건으로 작년(24건)보다 95.8%나 크게 늘었다.

 

이런 추세는 일단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고가 증가한 데 따른 현상일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에 대한 대응들은 예외 없이 임기응변식 땜질 대증처방 수준이다. 지난 2019년 기준 아동학대 행위자의 유형 중 부모가 75.6%에 이른다는 사실은 ‘아무나 부모가 되는’ 세상을 바꾸지 않고서는 아동학대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엄중한 현실을 시사한다.

 

지난 1980년 ‘부모 면허제’를 도입하자는 학계의 급진적 제안이 나온 이후 ‘부모교육’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친부모든 양부모든 좋은 부모가 되기는커녕 무구한 아이들에게는 고작 악마에 불과한 부모가 양산되는 현상을 구조적으로 방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교하고 섬세한 방책들이 추구돼야 한다.

 

아이를 구타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어린이집은 더 이상 안 된다. 병원에 데려가야 할 ‘분유를 토하는 아이’를 때려서 숨지게 만드는 무지한 부모도 안 된다. 전 남편이 밉다고 어린 딸을 굶겨 죽이는 엄마가 존재하는 이 나라의 세태를 언제까지 놔둬야 하나.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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