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교정시설은 다른 기피 시설보다 더 자리를 옮기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여러 층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편리하지만 그만큼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몇 해 전 순직한 고(故) 임재표 전 서울지방교정청장이 수원구치소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출입기자였던 필자에게 틈만 나면 설명하고 강조했다. 최근 대유행을 겪은 아파트형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확산세 취재 내용을 접하면서 임 전 청장에 대한 아쉬움이 더 하는 요즘이다.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지만, 내가 사는 곳 근처에는 절대 둘 수 없다’며 기피하게 되는 몇 가지 시설 중 하나가 구치소나 교도소와 같은 교정시설이다. 오래되고 낡아 새로 지으려고 해도 예정 후보지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거나 아예 백지화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들어설 때부터 제한된 바닥 면적에 층수는 많아지는 ‘아파트형 교정시설’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형이 확정되기 전 재판을 받고 있는 ‘미결수’, 형이 확정된 ‘기결수’, 노역으로 내지 못한 벌금을 채우는 ‘노역수’에 이르기까지 좁은 공간에 여러 명이 수개월 이상을 같이 지내야 한다.
아파트형 교정시설은 층별 모서리 두 곳에 있는 감시 초소를 통해 통로를 통제·감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비교적 적은 인원으로 수천 명에 달하는 인원을 통제하고 감시하는데 분명히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전염성이 강한 감염병에는 취약하다. 재소자가 법원 재판에 출석하거나 검찰·경찰로 조사를 받으러 갈 때, 면회하러 갈 때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오르내리거나 정해진 통로로 이동해야 하므로 좁은 거실 안에서 감기 환자라도 발생하면 교정 당국에서는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부터 확진자가 대량으로 발생한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대유행은 모두를 긴장하게 했다. 수용 정원을 초과한 상황에서 사태에 대응해야 할 의료체계조차 부실했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드러났다. 방역당국이 강조했던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을 모두 갖춘 교정시설을 우리 모두 간과했던 결과는 6년 전 메르스 사태 때 몸살이 그대로 재연됐다.
교정 당국에 따르면 지난 13일 청주교도소에서 직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8일째 교정시설에서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다행이지만 지난 메르스 사태 때에도 우려했듯이 한층 개선되지 않으면 코로나19 이후 언젠가 또 감염병 사태가 일어나면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
교정시설 내 의료 인력 부족은 지속해서 개선돼야 할 문제다. 의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중소 규모 교정시설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대응하기 어려워 외부 의료기관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다. 교정시설 의료진들은 다수의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그 가운데에서도 우선순위를 정해 내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교정행정의 특수성 때문에 재소자 1명에 감호인력 3명이 동행해야 한다. 진료나 입원 상황을 24시간 3교대로 감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의료전문 교도소 등 다양한 방법들이 거론되고 있다. 모두 운영을 위한 예산, 인력 확보는 물론 지역사회 반대로 인해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얘기들이다.
교정시설 내 의료 환경 개선은 죗값을 치르고 있는 재소자만을 위한 일은 아니다. 그들을 통제·관리하고 있는 교정 공무원들의 건강까지도 직결되는 문제일 것이다. 일선 교정시설 내 의료관, 공보의들과 유기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전문 의료인력이 교정본부에 포함돼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일반 시민들에게 교정행정이 얼마나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지, 폐쇄성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지역 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지 고민도 해야 한다. 하루 이틀 만에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조금씩 달라지다 보면 교정시설을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의 시선과 선입견도 지금보다는 삶의 터전에 가까이에 있는 꼭 필요한 시설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부모 또는 자녀이거나 지인이 그곳에서 죗값을 치르고 있는 재소자이거나 재판을 받는 동안 지내야 하는 미결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경기신문 = 이주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