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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온고지신] 다석 유영모

 

지난 2009년 8월, 목포대학교에서 한ㆍ일 씨알사상 포럼이 열렸다. 나는 그 학술행사의 기획위원장이었다.

 

그 때 가장 인상적인 발표자는 오가와 하루히사(당시 동경대학 철학과 교수)였다. 그는 특히 다석 유영모(1890-1981)의 사상에 경도되어 있었다. 그는 " 선생의 '생각의 고결함'과 '생활의 검소함'은 21세기 생태위기를 구할 수 있는 심오한 사상"이라며, "죽을 때까지 한국의 다석 유영모를 연구하겠다", 고 엄숙히 선언했다. 뭉클했다.

 

다석은 심지어 백 리 먼 길도 걸어다녔다. 선생은 51세부터 91세에 죽을 때까지 1일1식을 했으며, 부인과는 '해혼(解婚)'이라 하여 각방을 썼다. 평소 "인류의 모든 문제는 '食'과 '色'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실천한 것이다. 선생은 새벽 세시에 일어나서 사색과 묵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코로나-19는 인간의 탐욕이 초래한 재앙이다. 과식, 과소비, 과속을 특징으로 하는 인류사회는  지난 200년간 난폭하게 자연을 파괴하여 회복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급속한 자멸의 과정이다. 어느 진보적인 환경론자는 이 바이러스 재앙 이전에 지구의 수명은 25년 남았다고 단정했다.

 

하루에 한 끼의 식사를 하고서도 아흔 살 넘게 산 다석 선생의 독특한 양생법을 현대의학은 그다지 탁월한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수제자 함석헌도 스승을 따라서 성실하게 하루 한 끼를 실천했다. 스승들이 세상을 떠나고 긴 세월이 지난 후, 나는 회복식을 포함하여 50일 단식을 했다. 다석 선생처럼 나도 평생 1일1식 하려고 시도했으나, 두 달만에 멈췄다. 매우 힘든 일이었다.

 

다석사상 연구자들은 "食事는 葬事"라는 어록에 특별히 주목한다. 인간이 살기 위하여 먹는 음식은 예외 없이 살아있는 동물과 식물을 죽인 것이다. 우리는 불가피하게 타자를 섭취하여 연명하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식사는 그 희생의 제물들을 위하여 장사를 지내는 제사여야 옳다. 그의 1일1식은 최소한의 살생을 실천한 것이다. 그 '생각의 고결함'과 '생활의 검소함'을 동서양의 그 어떤 철학자에게서도 볼 수 없고, 오직 유영모에게만 있다는 것이었다.

 

독일 녹색당이 지난 1986년 이태리에서 시작된 '슬로우 푸드 운동'을 유럽 전역을 넘어 글로벌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운동의 핵심목표는 이른 바 '패스트 푸드' 산업의 악마성에 대항하고, 그 반대가치를 실천하는 '슬로우 푸드' 운동의 국제연대 활동 강화다. 국내에도 지부가 있다. 

 

나는 다석사상이 '슬로우 푸드' 운동의 바탕철학으로 매우 적합하다고 본다. 국내 운동가들이 다석사상을 공부하면 좋을 거다. 나는 활동가는 아니지만, 실천하며 산다. 이 글이 그 분들께 알려져서 자연스럽게 소통과 회합이 이뤄지면 좋겠다. 'fast'와 'slow'의 대결은 단순히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높은 철학이 끝내 천한 장사치를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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