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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휴먼카인드,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네덜란드의 저널리스트 브레흐만의 『휴먼카인드』가 화제다. ‘친절한 인간이 살아남는다’(한겨레), ‘인간은 이타적 존재, 성악설은 틀렸다’(중앙 SUNDAY), ‘이기심이 인간 본성? 그것은 잘못된 통념’(조선일보) 등 거의 모든 매체들이 넓은 지면을 할애해 소개했다.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고 하는 성선설을 주장하는 내용이다. 다윈의 진화론, 도킨스(R. Dawkins)의 이기적 유전자 등 그동안 생물학 분야에서 밝혀진 과학적 이론들은 성악설이기 때문에 틀렸다고 한다. 역사적 사실들을 그 ‘과학적 증거’라며 제시하고 있다. 이제 진화생물학자들은 이론을 전면 수정해야 하게 되었다.

 

언론의 상찬이 자자하므로 나는 이 책을 읽을 때 경계해야 할 점을 지적해보기로 하겠다. 처음 사례로 든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을 보자. 사고로 무인도에 고립돼 살게 된 아이들이 그곳에서 지내면서 포악해지는 과정을 묘사한 소설이다. 10세 전후 초등학생 나이의 아이들을 등장시켜 인간의 악한 심성을 부각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의도였다.

 

그에 비해 브레흐만(R. Bregman)이 현실에서 찾아낸 증거로서 이타섬에 표류한 6명의 아이들은 13~16세 사이의 사회성을 익히고 있는 나이였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차이는 크다. 비교대상이 아닐 뿐 아니라 작가인 골딩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동원했다. 저자는 “위기는 사람들의 가장 나쁜 면이 아니라 가장 좋은 면을 부각시켰다.” 라고 했다. 5 · 18의 광주가 그랬고, 미얀마에서도 그러하다. 그 반대도 부지기수로 많다. 그러나 브레흐만은 극단적으로 갈리는 역사적 사실들 중에서 성선설을 뒷받침하는 사례들만 선택해 부각시켰다.

 

브레흐만은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분 짓는 요소는 협동 능력이고,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친절함”이라고 했다. 틀린 주장이다. 동물도 협력한다. 엄혹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협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때론 종을 위해 희생하기도 한다. 바로 이기적 유전자의 이타적 선택이다.

 

인간의 이기성은 이기적 유전자로부터 연유한다. 그러나 이기적이라는 게 꼭 악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유전자의, 따라서 인간의 목적은 생존과 번식이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 때로는 공격적인 행동도 하지만 평소에는 협력한다. 그래야 자연선택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도 종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유리하기 때문이다.

 

브레흐만은 영국의 철학자 흄(D. Hume)을 인용했다. “역사의 주된 용도는 오직 인간 본성의 지속적이고 보편적인 원리를 발견하는 데 있을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그 역할은 이미 생물학으로 넘어갔다. 역사적 사실이 과학을 대체할 수는 없다. 역사학과 생물학은 단절과 반목을 넘어 융합해야 한다.

 

최재천 교수와 정재승 교수가 추천의 글을 썼다. 두 분은 지나친 낙관주의를 경계하면서 핑커(S. Pinker)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추천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인류 역사에서 벌어진 전쟁과 야만, 폭력의 역사를 통해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들이 악마들을 제압함으로써 보다 희망적인 시대로 나아왔다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해서 물론 악한 본성이 사라졌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더불어 진화생물학자 랭엄(R. Wrangham)의 『인간 본성의 역설』을 함께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인간은 전적으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우리는 동시에 양방향으로 진화해왔다.”

 

브레흐만은 인간의 본성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 주요한 요인으로 뉴스를 꼽았다. 호모사피엔스의 유전자 구성이 완성된 것은 구석기시대의 일이다. 인간의 본성은 유전자 프로그램의 작동과 문화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구축된다. 대개 18~25세 사이에 완성된다. 뉴스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역사가 되었건 뉴스가 되었건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분석은 온전한 과학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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