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칠레 메가TV 코미디쇼 미 바리오 방송화면 캡처)](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10415/art_16183748755254_06c9f6.jpg)
세계적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소재로 인종차별성 코미디를 한 칠레 방송사가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서야 결국 사과했다.
문제가 된 장면은 칠레 공중파 채널인 메가TV의 코미디쇼 '미 바리오'(Mi Barrio)의 10일 방송이었다.
토크쇼에 5명으로 이뤄진 보이밴드가 출연한 설정이었는데, 진행자가 소개를 부탁하자 한 멤버가 '김정은'이라고 답했다.
이어 나머지 멤버들이 '김정-도스'(Dos·스페인어로 숫자2), '김정-트레스'(Tres·3), '김정-콰트로'(Cuatro·4), '후안 카를로스'라고 소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름의 영어 표기 중 '은'(Un)이 '1'을 뜻하는 스페인어와 같다는 것을 활용한 것이다.
진행자가 진짜 이름이 뭐냐고 재차 묻자 이들은 차례로 뷔, 정국, 아구스트D, 제이홉, 진이라고 말했다. BTS를 패러디하고 있음을 보인 것이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느냐고 질문에는 멤버 중 한 명만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 마디 해달라고 요청하자 중국어 억양과 비슷한 의미 없는 말들을 길게 늘어놨고, 해석을 부탁하자 "나 백신 맞았어"라는 뜻이라며 엄지를 치켜들고 웃었다.
방송 후 칠레 BTS 팬들은 아시아계를 부적절하게 희화화한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인종차별은 코미디가 아니다"라는 해시태그(#Racism is not comedy)도 달며 해당 프로그램과 출연자들을 비판했다.
또한 칠레 방송규제 당국인 국가TV위원회(CNTV)에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1천 건 넘는 민원을 내기도 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방송사는 "칭찬도 비판도 모두 수용하겠다"는 원론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또 "유머는 팬데믹으로 인해 겪고 있는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도록 도와준다"며 개그로만 봐달라는 식의 태도를 취했다.
![칠레 방송사 '메가'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사과문. (캡처 화면)](https://www.kgnews.co.kr/data/photos/20210415/art_16183753111869_e4dd85.jpg)
방송사의 무책임한 태도에 팬들은 더욱 비판을 쏟아냈고, 결국 방송사는 현지시간으로 12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마음 상한 모든 이들에게 공감을 표시하면서 사과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커뮤니티도 모욕하거나 다치게 할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하며 "계속 개선하고 배우고 귀를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 뉴욕타임스(NYT)는 이 사태를 보도하면서 "수많은 BTS 팬의 힘을 보여줌과 동시에 전 세계에서 인종차별, 특히 아시아계 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BTS는 지난달 말 공식 트위터에 미국 등에서 번지는 아시아계 혐오에 대해 "슬픔과 함께 진심으로 분노를 느낀다"며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를 멈추라"고 호소한 바 있다.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