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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맹 탈출] 호주 2026 AFC 여자 아시안컵과 1989년 시드니 남북 공동응원

지난 3월 9일 호주 시드니 파라마타의 웨스턴 시드니 스타디움에서는 약 300명 남짓한 호주 교민과 한국에서 날아간 응원단들이 거의 9000명에 이르는 중국 관중에 맞서 목이 터져가 응원을 펼쳤다. AFC 여자축구 아시안컵 B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로 FIFA 랭킹 9위 북한과 전 대회 우승팀 중국이 조 1위를 놓고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호주에서 2026 AFC 아시안컵 여자축구대회가 열리고, 여기에 남북한이 참가한다는 소식을 접한 호주 동포들은 2026년 1월부터 호주 동포응원단을 꾸리는 여정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여기에 한국에서 간 응원단이 3월 8일 합류하면서 한국과 조선(북한)여자축구팀 공동 응원단이 구성되었다.

 

호주 동포사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남북 화합에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해 온 전통이 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공동입장이 이루어진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미 훨씬 전에 시드니에서 스포츠로 남북 화합이 이루어진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989년 3월 21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경기장에서는 세계아이스하키 선수권 C풀 대회 4일째 경기로 남북한 경기가 열렸다. 경기에서는 7대4로 북한이 승리하였지만, 이날 경기장은 어느 한쪽의 승패를 떠나 같은 민족으로서 얼싸안고 ‘아리랑’을 합창하며 분단을 뛰어넘는 감격적인 민족의 대합창이 울려 퍼졌다. 이날의 합창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남북 공동응원, 1991년 탁구와 청소년축구 남북 단일팀이 성사되는 밑거름이 되었고, 스포츠를 통한 화합은 고위급 회담을 거쳐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에까지 이르렀다.

 

당시 보도를 보면 이날 교민들은 경기 초반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였으나, 곧 태극기를 내려놓는 수가 늘어나 전반이 끝나기 전에 태극기는 보이지 않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아리랑, 아리랑 목동 등을 부르며 남북한 선수 모두를 응원하였다. 경기가 끝난 후 북한 김태용 단장이 남한 교민들에게 “우리가 이겨서 미안하다고”고 인사했고, 남한의 박갑철 단장도 “멋진 경기였다”고 화답하며 교민들과 선수들이 남북한 구분없이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함께 노래하였다. 불상사를 우려하여 교민사회에 협조 공문까지 보냈던 호주에서 민망해하며 감탄했다고 한다.

 

지난 9일 여자축구 경기에서도 호주 교민들은 “우리 선수 잘한다”, “조선 이겨라”, “코리아 이겨라”라며 응원하였다. 사전에 응원을 준비할 때 논란도 있었지만, ‘북한’이 아니라 ‘조선’이라 부르며 응원을 펼친 것이다. 이러한 작은 배려가 꽉 막혀 얼어붙은 남북관계 속에서도 북한 선수단의 마음을 녹여 한국 응원단이 포함된 교민 응원단 쪽에 다가와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아마도 한국에서 진행된 경기에서 ‘조선’이라 불렀다면 큰 논란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냉각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조선’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에 지나치게 거부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상대를 배려하는 아량을 베풀어야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4강 진출에 실패하며 위기에 몰렸던 북한도 PO경기에서 대만을 4대0으로 이기고 2027년 브라질 여자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하여 남북이 동시에 진출하였다. 2027년 7월말 남북 여자축구팀이 함께 결승에 올라 멋진 경기를 펼쳐주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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