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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추억의 배다리...문화 특별공간으로 변신 중

인천 동구, 청년 예술인 및 다문화 가게 등 개성있는 점포 입주 지원

 

 배다리 거리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가수 송창식이 이곳 헌책방에서 악보를 사 노래 연습을 하기도 하고 지성소아과 막내아들인 가수 김광진씨는 아예 ‘배다리’란 제목의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도깨비’, 영화 ‘극한직업’ 등 유명 작품들의 촬영지로도 애용됐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인천최초의 공립보통학교이자 인천의 3·1운동 발상지인 창영초등학교, 근대교육의 산실인 영화초등학교, 19세기말 미국 감리교회 여선교사들의 합숙소로 이용됐던 인천기독교사회복지관 건물 등 배다리는 한때 인천 근현대사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다.

 

인천 동구가 배다리 거리와 함께 금창동 일원 약 2.2km 구간을 ‘배다리 문화예술의 거리’로 탈바꿈한다. 과거 배다리와 금창동 구역은 많은 학생들과 함께 시민들이 오가는 장소였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일부 학교가 옮겨가고, 발길도 부쩍 줄어들었다.

 

구는 상권을 살리기 위해 고민을 하다 배다리가 가진 과거 문화적 측면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이곳 상점에 입점하는 만 39세 미만의 청년창업자들과 젊은 예술인들에게 건물 외관개선비의 80% 범위 안에서 최대 1500만 원, 월 임차료 역시 80% 범위에서 연 최대 6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내부 인테리어비용도 60% 범위 내 최대 1000만 원을 지원한다. 구는 2022년까지 총 30명의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입점을 시작한 상점들은 일반 번화가에서 쉽사리 볼 수 없는 특별한 곳들이 많다. 커피 판매를 하면서 글쓰기 교육을 하는 곳, 최근 채식주의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을 위한 비건음료를 판매하면서 요가 강습을 하는 카페 , 세계인들이 많이 찾지만 쉬이 볼 수 없는 멕시코 음식 전문점 등 각자 색깔을 가진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만난 오종현(29), 김석준(25), 오휘빈(23)씨도 배다리에 새로운 문화를 불어넣기 위해 입점한 사장님들이다.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을 전공한 오종현씨는 인천 토박이로 어린시절부터 배다리거리를 친구들과 자주 다녔다고 한다. 상권이 많이 죽어 있는 배다리에 오기까지 많이 망설였지만 자신이 가진 기예로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하게 됐다고 한다.

 

한미서점 근처에서 카페 미카엘을 운영하고 있는 오씨는 커피와 간단한 음료를 제공하면서 일일 스테인드글라스 클래스를 열기도 한다.

 

종합예술 공간인 ‘공간운솔’을 운영하는 김석준씨와 오휘빈씨도 마찬가지다. 이곳에는 김씨와 오씨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가들이 공간을 대관해 전시회를 펼치거나 작품들을 관람객들에게 팔기도 한다. 또 음악, 영상, 회화, 실험예술 등 배다리에서 현재 가장 핫한 예술가들의 작품과 전시를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카페 ‘미카엘’ 오종현씨

 

스테인드글라스는 흔히 유리공예라고 표현된다. 기존 유리에 색유리를 붙이거나 색을 칠해 무늬나 그림을 나타낸 장식용 판유리다. 쉽게 풀어 설명하면 유리에 단순히 붓 또는 스티커로 그림을 그리거나 붙이는 것이 아닌 유리 자체에 그림을 만들어 넣는 것이다. 흔히 성당에서 볼 수 있는 성모마리아가 새겨진 유리가 스테인드글라스의 한 예다.

 

오씨는 이곳에서 스테인드글라스의 저변을 넓히면서 이 공예를 통해 배다리의 야경을 운치있게 바꾸고 싶다고 했다.

 

 배다리에 오게 된 이유가 있는지.

 

지난해 8월 다른 곳에서 유리공예 공방을 운영했다. 물론 혼자 한 것은 아니고 공유형식으로 다른 분들과 함께 작업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다가 우연찮은 계기에 구에서 나온 공고를 보게 됐다.

 

단순한 점포지원이었다면 망설였겠지만 청년예술을 지원한다는 문구에 자신감을 얻고 문을 두드렸다.

 

 카페 미카엘을 소개하자면.

 

카페 겸 공방이다. 제가 스테인드글라스 예술가기 때문에 이곳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카페운영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관련 작품을 볼 수도, 직접 만들 수도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지금 가게 안에 있는 조명의 경우에는 스테인글라스 예술이 들어가 있다.

 

큰 작품들도 있지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가정용품과 소품에도 얼마든지 쓰일 수 있어 종종 몇몇 주민들이나 소문을 듣고 찾아 온 분들이 하루 클라스를 이용해 자신들만의 작품을 갖고 가기도 한다. 이 때문인지 최근에 보니 여러 포털 블로그에 많이 소개가 돼있더라.

 

 스테인드글라스가 배다리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단순히 유리에 넣는 공예만이 스테인드글라스는 아니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건 배다리에 있는 현재 있는 상점들과 앞으로 들어올 상점들 바깥 부분을 단순유리가 아닌 스테인드글라스를 넣은 유리로 바꾸는 거다.

 

그럼 야간이 됐을 때 조명을 받아 형형색색의 빛을 내뿜는다. 그렇게 되면 배다리 골목이 야간에도 운치있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코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배다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 동시에 제가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한 저변도 넓히고 싶다. 주변 상인분들도 가끔 오셔서 호기심을 갖고 물어보기도 하신다.

 

손님들도 중요하지만 주변분들과 젊은 예술인들이 함께 할 수 있는게 뭔지 고민 중이다. 배다리에 많은 분들이 입점을 하실텐데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과 함께 어우러져 배다리를 다시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바꾸고 싶다.

 

 ▲‘공간운솔’ 김석준, 오휘빈씨

 

운솔은 말 그대로 ‘공간’이다. 공간은 고정적이지만 안에 내용은 그때 그때 바뀐다. 어쩌면 위치가 고정적일 뿐 둘러싼 ‘공간’은 매번 달라진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기자가 운솔을 찾아 갔을 땐 최근에 한 전시회를 끝내고 다른 전시를 준비 중이었다. 지하에 있는 작은 전시관 운솔은 공간은 작지만 최신경향에 맞는 예술을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넘쳐있었다.

 

 공간운솔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말 그대로 예술작품 전시나 공연을 하는 ‘공간’이란 의미다. 지금은 자리에 안 계시지만 대표님 예전 이름이 운솔이어서 운솔로 했다.(웃음) 6월에 정식개관 예정이며 단순히 회화나 조각뿐 아니라 음악, 영상 등 다양한 실험예술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배다리는 오래된 곳인데 과연 잘 될지.

 

이곳에서 어느 정도 있어보니 애착이 생긴다. 왜 사람들이 배다리를 좋아하는 지 알겠더라. 예전에도 이곳에서 작업을 한 기억이 있는데 그 때 받았던 좋은 기억도 있다.

 

잘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반응은 좋다. 주변 분들이 와서 구경하고 가시기도 하고 예전 이곳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신다. 호의적으로 대해주신다.

 

 주변 분들과 계획하고 있는 작업이 있는지.

 

안 그래도 생각을 해보다가 이곳이 헌책방 거리가 아닌가? 책이라는 테마로 주변 상인들이나 주민들이 자신들이 읽었던 책 중에 인상깊었던 구절들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전시회를 하는 게 어떨까 하고 생각해봤다.

 

전부는 아니지만 이런 생각을 몇몇 분께 의견을 내비췄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언젠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간운솔이 이 곳에서 어떤 공간이 됐으면 좋겠는지.

 

부담없이 보고 가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음악회와 상영회도 할 생각이고, 주변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운솔이었으면 좋겠다. 작지만 절대 큰 전시관에 뒤지지 않는 개성있는 전시관을 만들 생각이다. 항상 하는 이야기가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건 대 해보자는 게 우리 생각이다.(웃음)

[ 경기신문 / 인천 = 김웅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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