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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건희컬렉션’ 유치 과열, 관람편의와 명분이 우선돼야

‘수원엔 나혜석·정조관련 작품’ 등 지역별 분산도 고려할 만

  • 등록 2021.05.17 06:00:00
  • 13면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이 지난달 이 회장 컬렉션 2만3000여점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기증 작품 중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1393호)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과 이상범, 나혜석, 변관식, 장욱진,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 국내 화가들과 모네·르누아르·피카소·달리·샤갈·미로 등 해외 거장들의 작품이 수두룩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큰 관심을 갖고 기증받은 미술품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전시할 수 있는 전용공간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전국 지방정부들의 이건희 미술관 유치열기가 뜨겁다. 경기도내에서는 수원시와 용인시, 평택시, 안산시가 나섰다. 수원시는 1969년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가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본사 주소지가 있는 곳이며 장안구 이목동엔 이 회장이 묻힌 삼성가 가족묘역도 있다. 김승원 국회의원(민주당, 수원갑)은 2만3000여점 기증 미술품에는 『화성성역의궤』와 「화성능행도」, 「환어행렬도」 등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과 관련된 작품들이 있어 정조대왕 능행차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등재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용인시는 삼성전자 일부와 고 이병철 회장의 소장품을 만날 수 있는 호암미술관이 자리해 있음을 내세웠고, 평택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반도체공장을, 안산시는 김홍도의 고향인 점을 강조하면서 단원 김홍도와 관련한 작품들이 안산으로 오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경기도 뿐 아니다. 전국의 수많은 지방정부들이 이건희컬렉션에 눈독을 들이며 미술관 입지나 삼성과의 인연 등을 내세워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부산시는 이병철 선대 회장이 부산 동광동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이 회장도 초등학교 시절 한때를 부산에서 보냈다며 북항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경남 의령군은 이병철 회장이 출생한 곳이라며, 진주시는 이병철 회장이 유년 시절 다녔던 지수초등학교가 지수면에 있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경기도와 부산·경남 뿐 아니라 타 지역 지방정부들도 각자의 논리를 내세우며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이번에는 경기도가 ‘이건희 컬렉션 전용관’이 경기북부에 건립돼야 한다며 유치 건의문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 도의 논리는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국토균형발전 정책에서 소외되고 역차별 받은 경기북부의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이 마련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중첩규제로 어려움을 겪어 온 경기북부 주민을 위해 미군 반환공여지에 국가문화시설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경기북부 주민들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규제지역이며, 42.8%가 팔당특별대책지역·군사시설보호구역, 11.7%가 개발제한 지역으로 묶여있어 고통을 받고 있다. 이에 이재명지사는 얼마 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과 GH(경기주택도시공사) 등 수원 소재 경기도 7개 공공기관 이전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광역지방정부인 경기도와 도내 기초정부들이 서로 유치하려고 경쟁하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 작품들이 필요한 곳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지역문화계 인사들의 입장이다. 이를테면 정조와 나혜석 관련 작품들은 수원에, 단원 김홍도의 작품은 안산에 있는 것이 명분상으로 보기 좋다.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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