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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기행] 아스토르 피아졸라1

월드스타를 만든 월드뮤직들 ①

 

전 세계 맥도날드 직원들이 BTS의 한글초성 ‘ㅂㅌㅅㄴㄷ’을 새긴 티셔츠를 입었다. BTS와 맥도날드의 협약내용이란다. 코로나 와중에도 여전히 끓고 있는 BTS의 위상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노래와 춤에 재능 보였을 BTS의 어린 시절, 부모 중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고 생각해 본다.

 

‘일단 대학부터 나와야 사람 대접 받는다. 대중음악은 성공하기 힘드니까 정히 음악하고 싶으면 클래식을 전공해라. 집을 팔아서라도 유학 보내줄게’

 

얼마나 다행인가. BTS가 서양클래식을 전공하지 않고 대학입시에 매진하지 않고 세상 어른들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은 것이!

 

월드뮤직계에도 ‘엄마 말 안 들어’ 성공한 스토리가 넘쳐난다.

 

세상 눈치 안 보고 제 안의 질문과 답만으로 길을 찾고 행복한 음악가가 된 극적 드라마 말이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가 아르헨티나의 탱고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a 1921-1992).

 

생전의 피아졸라는 자신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탱고와 심포니 둘을 오갔던 존재’라고 한적이 있다. 술집 음악이었던 탱고를 클래식 반열로 끌어올리기까지 한 음악가의 전쟁사(戰爭史)를 드러낸 말이지만 유럽 유학 시기의 지독했던 혼란과 갈등 시기를 떠올리게도 한다. 과거 우리가 음악인을 딴따라라며 무시했듯 아르헨티나에서도 탱고를 즐기는 이를 천민 취급하던 시기가 있었다.

 

1880년대, 유럽의 이민자들이 몰려든 신대륙이었던 아르헨티나의 항구도시 보카(BOCA).

가난한 이민자들이 고독을 달래기 위해 가던 싸구려 술집, 그들에 기댄 사창가에서 악보도 없이 만들어진 길거리 음악이 탱고의 시작이었다. 여자 파트너를 구할 수 없어 남자들끼리 부둥켜 안고 춤출 때, 깨진 술병에서 흘린 술처럼 나오던 음악이었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탱고의 리듬을 몸에 감으며 성장했던 피아졸라.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민 간 부모는 그의 음악 재능을 알아보고 클래식을 접하게 한다.

 

작곡 콩쿠르에서 1등을 거머쥔 피아졸라는 프랑스 유학 기회를 얻어 스승 나디아 블랑제와 운명적으로 만난다. 나디아 블랑제는 조지 거슈인, 레너드 번스타인, 다니엘 바렌보임 등 걸출한 음악가를 이끈 위대한 음악 교육자. 고국에서는 유망주였으나 유럽 각국에서 온 천재들 사이에서 열등감에 시달리던 피아졸라. 그의 작곡 숙제를 본 스승의 질책은 더 기를 죽였다.

 

‘이게 뭐야? 이 부분은 스트라빈스키, 여기는 바르토크, 여기는 라벨, 도대체 피아졸라는 어디 있는 거야?’

 

다 포기하고 돌아가야겠다 생각한 피아졸라가 막가는 심정으로 피아노를 퉁탕댄 것이 탱고선율이었고 이 소리가 스승의 귀에 닿는다.

 

‘어떤 음악인가’ 묻는 스승의 질문에 피아졸라는 또 한 번의 질책을 예상하며 답한다.

 

‘고국에 있을 때 생계 때문에 나이트 클럽에서 연주하던 탱고’라고.

스승 나디아 블랑제가 소리친다.

 

‘그게 바로 너야! 탱고가 바로 너야! 그걸 해!’

 

길거리 싸구려 음악 탱고가 세계인의 월드뮤직으로 탄생하게 될 것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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