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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해부대 방역 실패, 국격 추락시킨 대참사다

국방부·질병청 서로 딴소리까지…책임소재 엄중히 가려야

  • 등록 2021.07.21 06:00:00
  • 13면

아프리카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서 해상 수송로를 수호하는 국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 승조원 301명 중 82%인 247명이 코로나19에 감염 확진된 참사는 부끄럽고 부끄러운 비보다. 세계 해군사에서도 유례가 드문 이번 사태를 국제사회가 어떻게 볼 것인가를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모범적 K-방역을 자랑하면서 문명국을 자처해온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미개한 인재(人災) 참변이 벌어지는가.

 

문무대왕함은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아덴만 인근 기항지에 접안, 물자를 보급받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지난 2일 첫 증상자가 나왔지만 감기약을 처방한 뒤 합참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망망대해에 뜬 함정에서 설마 바이러스가 퍼지겠느냐는 안이한 판단이 대참사의 화근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국방부는 뒤늦게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 2대를 해당 지역으로 급파해 승조원 전원을 철수시켰다. 지난 4월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의 승조원 38명이 집단감염되는 유사 사건을 겪고도 무대책으로 일관했던 국방부의 개념 없는 방역대처에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군부대 장병들에게 백신을 맞힌다면 그들이야말로 최우선으로 접종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은 상식 아닌가. 최전방에 배치된 장병에게 이런 대접이라니 도대체 말이 되나.

 

대형 사건이 터질 적마다 목격하는 바이지만, 국방부와 질병관리청(질병청)이 서로 책임을 떠밀며 딴소리를 하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군 당국은 백신 반출을 위해 질병청과 협의했으나 계약할 당시 제조사가 국외반출을 금지했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파병 당시인 지난 2월엔 군 장병은 우선 접종 대상자가 아니었고 함정 내에서 백신 보관기준을 맞추기가 어려운 점까지 있었다고 구구한 변명을 늘어놨다.

 

그러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정례브리핑에서 다른 말을 했다. 정 청장은 “합참의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아직 국외반출에 대해 세부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결국 20일 청해부대 장병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해 대국민 사과했다. 서 장관은 “군은 해외파병군을 포함해 모든 군에 대한 백신 접종을 추진해왔으나 2월에 출항한 청해부대 장병에 대한 접종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시인하고 고개를 숙였다.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은 “정부와 군이 우리 장병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군 당국은 안일한 부분이 없었는지 철저히 규명하고, 해외 파병부대 전반에 대한 점검과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판과 미흡, 소홀이 겹쳤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된 상황이다.

 

미개국에서도 웬만하면 발생하지 않을 수치스러운 이 같은 참사가 또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 위험한 지역에 파견된 장병들은 최전선에 투입된 전투 요원이다. 잠시라도 그들의 안위를 잊어버리는 일은 정상적인 국가가 절대로 저질러서는 안 되는 금기사항이다. 과정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따져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마땅하다. 건듯하면 대국민 사과에 나서야만 하는 국방부 장관의 처지가 차라리 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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