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0 (토)

  • 구름많음동두천 25.2℃
  • 맑음강릉 30.0℃
  • 구름많음서울 26.3℃
  • 흐림대전 25.2℃
  • 구름조금대구 26.0℃
  • 구름많음울산 27.6℃
  • 흐림광주 25.5℃
  • 흐림부산 26.7℃
  • 흐림고창 24.8℃
  • 구름많음제주 30.6℃
  • 구름많음강화 24.4℃
  • 구름많음보은 23.0℃
  • 흐림금산 24.3℃
  • 흐림강진군 26.2℃
  • 맑음경주시 27.4℃
  • 구름많음거제 25.9℃
기상청 제공

[사설] 잇단 여군 성피해 비극…軍의 ‘기강해이’ 총점검을

“기무사 인맥 내세워 피해자 협박” 사실이라면 병폐 심각

  • 등록 2021.08.18 06:00:00
  • 13면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사흘 만인 지난 12일 숨진 채 발견된 해군 A 중사의 부대 내 한 상관이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인맥을 내세워 A 중사를 협박했다는 전언이 나왔다. 몇 달 전 나라를 뒤흔들었던 공군 이 중사 사건과 소름 끼치도록 판박이다. 이쯤 되면 엄중해야 할 군의 기강이 심각한 붕괴상태에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성 평등 문제는 물론 기강해이 전반에 걸친 일제 점검과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유족 설명에 따르면 가해자의 상관이 생전의 피해자 A 중사에게 ‘고과 점수를 안 줄 수 있다’ ‘내가 기무사(현 안보지원사) 네트워크(인맥)가 있어서 너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은 최근 피해자의 자살로 대두된 군문의 성범죄 문제가 한결 더 구조적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아울러 군의 기강이 예상보다 훨씬 더 처참하게 무너졌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수사 결과에 따르면 A 중사는 지난 5월 27일 한 민간 식당에서 B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직후 피해 사실을 상관에게 알렸지만, 적극적인 조치를 받지 못했다. 지난 7일 부대장과의 면담에서 피해 사실을 거듭 알린 이틀 뒤에야, 그것도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비로소 사건이 정식 보고됐다는 것이다.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지휘부 보고는 피해자가 숨진 뒤에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심각성은 공군 이 중사의 비극적 사건이 공개된 지 6일 뒤에 해군에서 또 발생했다는 부분이다.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상관의 조치는 가해자를 경고하는 데 그쳤다. 심리치료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분리조치는 무려 74일 뒤에야 이뤄졌다. 공군 이 중사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한 가운데도 묵살, 축소, 은폐, 늑장 보고에다가 2차 가해까지 똑같이 일어났다는 게 도무지 말이 되는가.

 

새롭게 대두된 인사권을 앞세운 ‘피해자 협박’이 사실이라면 이는 거의 악질적인 범죄로서 보통 심각한 병폐가 아니다. 이 정도라면 안보의 핵심인 군의 기강이 생각보다 훨씬 더 형편없이 무너져 있음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국회 국방위 여당 관계자의 “군의 명령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심각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 현상을 놓고 정치권이 서욱 국방부 장관이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정치공세만을 펴는 것은 무심하고 한가로운 대응이다. 사회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군문의 이성에 대해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조용해질 것이라는 나태한 믿음으로 눈만 질끈 감고 견디는 것은 더욱 미련한 대응이다. 지금처럼 군이 본연의 국방 문제가 아닌 성폭력 문제로 장기간 동네북 신세가 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책임자를 가려내어 문책하고 일부 제도만 바꾸는 대증요법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법과 규정을 지키지 않는 죄보다도 몰상식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휘계통의 영이 서지 않는 행태가 더 큰 문제다. 비극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확한 처방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