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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비평] 작문은 기사가 아니다


지난 4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전·충남을 시작으로 대선후보를 뽑는 순회경선의 신호탄을 울렸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54.8%를 득표해, 27.4%를 얻은 이낙연 전 경기지사를 눌렀다. 정확히 더블스코어 차였다. 다음날 세종·충북(이재명 54.5%, 이낙연 29.7%)도 비슷한 득표 결과가 나왔다. 10월 10일 서울까지 매주말 지역별 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정치이벤트가 펼쳐진다. 경선룰 때문에 내홍을 겪고 있지만 야당인 국민의힘도 곧 경선에 착수할 것이다. 바야흐로 선거축제가 시작됐다. 


불청객인 그릇된 보도가 어김없이 기승이다. 축제 관전자인 국민은 눈살을 찌푸린다. 무엇보다 특정 후보나 캠프 관계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전령(傳令) 불청객이 활보한다. 기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편파보도가 된다. 첫 순회경선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3일, 동아닷컴을 비롯한 다수의 언론이 이낙연 캠프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했다. "밑바닥 민심을 확인했다. 충청에서 반전의 드라마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도 같이 담았다. "충청 도민은 혜안을 갖고 대한민국의 리더를 선택해왔다"라며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충청의 밑바닥 민심이 이낙연을 강하게 원하고 있었음을 확인했다"라고 강조했다는 내용이었다.


말 그대로 선거 진영의 주장이다. 사실의 전달이지만 기사로는 함량 미달이다. 후보와 캠프는 한꼭지 기사라도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기사가 나오길 바라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기사는 최소한 경쟁후보의 입장도 균형 있게 실어야 한다. 다음날 나온 실제 결과는 보도 내용과 크게 달랐다. ‘선거진영의 주장만을 전달했다’고 변명하면 언론의 책임을 면할 수 있을까? 아니다. 언론의 존재가치는 검증이다. 검증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주라고 언론은 언론자유를 부여받은 것이다. 


또 다른 불청객은 어설픈 르포 기사다. 통신사인 뉴스 1은 대전·충청 순회경선 당일인 지난 4일 새벽 “흐릿한 이재명 대세론…”뚜껑 열어볼 때까진 모르는 거쥬“라는 제목으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세종·충북 르포 기사라며 보도했다. 우선 첫머리에 지역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의 민심은 ‘여론조사와 사뭇 다르다’며 ‘이낙연 후보의 반전 드라마가 예상된다’고 했다. 이낙연 후보의 장점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이재명 후보의 장점도 일부 보도하는 형식적 균형을 갖추긴 했다. 그러나 편파기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 균형이었다. 기자와 소속 언론사는 하루도 안돼 큰 망신을 당했다. 


기자가 자신의 주관적 관점을 객관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금기다. 언론의 발전과정은 기자의 주관성을 배제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정파 저널리즘을 극복하기 위해 여론조사 같은 과학적 방법이 도입됐다.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여론조사도 곳곳에서 결함이 나오고 있다. 하물며 기자가 르포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택시 운전을 하는 홍길동(50)은 이렇게 말했다‘는 식의 기사는 쓰면 안 된다. 기사와 작문은 동행 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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