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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 사회의 강퍅한 인성 수준, 이대로 괜찮나

70대 할머니 무릎 꿇린 30대…현대인 ‘몰인정’ 상징

  • 등록 2021.12.01 06:00:00
  • 13면

지난 3월 30대 미용실 주인이 전단지를 우편함에 넣었다는 이유로 70대 할머니를 다그쳐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든 해괴한 일이 뒤늦게 알려져 파장이 깊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강퍅한 인심이 공존하면서 위력을 떨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서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세상이 온통 대통령 선거 같은 거대담론에 휘둘리고 있을 때 사회의 저변을 잠식하는 몰상식, 몰인정한 처사들이 인심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반증이다. 구성원들의 인성이 이토록 망가진 천박한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을 것인가.

 

사건은 한 유튜버가 자신의 방송에 할머니 B씨가 무릎 꿇고 사과하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졌다. 공개된 사진에는 얇은 패딩 소재 점퍼를 입은 한 여성이 미용실 내부에서 무릎을 꿇고 손을 모으고 비는 모습이 담겨있다. 여성의 곁에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경찰 두 명의 모습도 보인다. 전단지를 미용실 우편함에 넣었다는 게 할머니가 무릎을 꿇어 빌고 있는 이유라니 아무리 장유유서(長幼有序)의 미풍이 사라진 세상이라지만 이건 너무한 일 아닌가.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져가자 미용실 사장 A씨는 연일 사과를 하고 있다. 그러나 “어머니(B씨)께서 전단지를 돌리러 오셨는데 제가 전단지를 돌리지 말라고 했어요. 어머니께서 ‘얼굴 깐깐하게 생겼네’ 하면서 말씀하시길래 전단지 업체에 연락해서 어머니 전화번호를 받아서 미용실로 오라고 말씀드렸고, 어머니께서 ‘사과드렸어, 내가 전단지를 돌려야 되니까 사과했으니까 됐지? 간다’(고 해서) 제가 경찰에 연락을 해서 정확하게 사과받고 싶어서 연락을 드렸고 어머니 무릎을 꿇게 한 게 사실입니다”라고 장황하게 설명하는 부분은 좀 이상하다. 세상이 시끄러우니까 사과는 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라는 반발심을 노출한 것으로 읽힌다.

 

사과를 구구절절 길게 하는 사람은 정말 잘못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다. A씨는 할머니 B씨가 깐깐하게 군 것이 사단의 원인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A씨가 연일 사과하고 있으니, 그나마 잘된 일이라고만 여기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남 탓’ 의식에 찌들어서 자신의 허물을 뻔뻔하게도 부인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 할머니의 언행과 관계없이 전단지를 돌리는 할머니의 처지를 조금도 헤아리지 않고 적개심을 드러내어 노인에게 무릎을 꿇도록 한 몹쓸 행위 자체에 있다. 그 결정적인 잘못을 넘어서는 그 어떤 변명도 가당치 않은 비겁한 것이다.

 

연일 사회면을 장식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성 파탄자들의 행악이 혀를 내두르게 하는 판이다. 인륜을 저버린 끔찍한 범죄들이 전에 없이 늘고 있다. 체계적인 인성교육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 굶주림의 공포 속에서 헐벗고 살아가는 이웃들에 대한 돌봄 의식을 키워야 한다. 대선주자들은 시장판에서 사진 찍는 일에만 열중하지 말고 폐지 줍고 전단지 돌리는 노인들이 점차 늘어나는 이 비정한 현실을 고쳐낼 방안부터 좀 내놔야 하는 것 아닌가. 약자들을 보듬는 손길이 넘쳐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텐데, 그 따뜻한 공감대 속에 국민 모두 편안한 내일이 돼야 할 텐데 갈 길은 멀고 우리는 여전히 무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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