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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리뷰] 경기아트센터, ‘미얀마의 봄 - 평화를 기다리며’

 

지난해 2월 시작된 미얀마 군부 쿠데타는 결국 해를 넘겼다. 우리의 계절로 따지면, 겨울에 시작해 봄·여름·가을을 지나 다시 겨울을 맞았다. 계절은 다시 봄을 앞두고 있지만 미얀마 시민들은 여전히 쿠데타가 발발한 겨울을 살고 있다.

 

쿠데타에 반발한 시민들은 ‘미얀마의 봄’을 외치며 민주화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10개월의 시간이 흐르자 시민들의 민주화 운동 등 미얀마 상황을 꾸준히 전하던 언론의 보도마저 어느새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렇게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미얀마 시민들의 투쟁은 서서히 풍화됐다.  

 

그러나 미얀마 시민들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미얀마 군경은 시민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죽기 직전까지 때린 뒤 산 채로 불태우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이달 1일까지 미얀마 군부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 수는 1393명이다.

 

◇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얀마에 대한 뉴스가 점점 줄어 사태가 괜찮아졌나 오해하기도 했다. 끝나지 않았다는 인식을 확실하게 전 세계가 가졌으면 좋겠다.” - 멕시코 출신 방송인 크리스티안 부르고스(Christian Burgos)

 

“미얀마 사태를 미얀마만의 사태라고 생각지 말고, 국제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도와달라고 요청드리고 싶다.” - 미얀마 출신 작가 겸 방송인 찬찬(Chan Chan)

 

지난달 29일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공연 ‘미얀마의 봄(네 번째 이야기) - 평화를 기다리며’에서 토크쇼를 진행한 찬찬과 크리스티안은 쿠데타 이후 10개월이 지난 미얀마의 현재 상황을 전하며, 시민들의 투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잊지 말고 계속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영웅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토크쇼에서는 현 미얀마의 상황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로 토크쇼를 시작하며, 군부의 만행으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10월 29일 미얀마 서북부, 소수민족들이 거주하는 친주 딴들랑에 화재 사건이 일어났다. 원인은 군부의 공중사격이었다. 화재가 발생한 후에도 총격을 가해 피해가 더욱 커졌고, 민가 146채가량이 전소됐다. 진행자들은 아직까지도 시민들이 집을 잃은 채로 산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걱정했다.

 

양곤에서는 시위대를 향해 군용트럭이 돌진한 사건도 있었다. 시위에 나선 시민들 중 청년이 많은데, 군부가 이 청년들을 트럭으로 덮쳤고 3명이 사망했다. 또 시민방위군(PDF)이란 이유로 살린지 마을에서는 시민 11명이 살해됐다. 찬찬은 시신들은 산 채로 불에 태워졌고, 이들 중에는 10대 미성년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건 내용들을 접한 크리스티앙은 “탄압이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는 분위기인 것 같다”며, “나라가 국민을 지키는 게 아닌 그 반대의 모습이 말이 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찬찬도 “얘기를 나누는 우리가 이 정도인데 유가족의 마음은 정말 어떨지, 그분들의 맘 10분의 1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크쇼에서는 한 어머니의 편지가 낭독됐다. 아들은 군부 독재에 맞서다 목숨을 잃었다. 예술과 문학을 좋아했던 아들이 자신이 꿈꾸던 인생을 포기하고 택한 것은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이었다.

 

어머니는 죽은 아들의 시신도 돌려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저 주저앉아 내내 슬퍼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아들이 미리 써 놓은 유서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에게도 칼의 산, 불의 바다를 넘는다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말고 이겨내자고 하고 싶습니다.” - 아들의 유서 中

 

아들의 유서를 보며 마음껏 슬퍼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인 어머니의 감정이 편지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시민방위군이 보낸 영상을 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민주화를 위해 맞서고 있는 미얀마인들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또한 이 민주화 운동을 진지하게 생각해주기를 요청하며 시민방위군들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당부했다.

 

◇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이날 공연은 재한 미얀마 학생회가 주관했으며, 유튜브를 통한 실시간 생중계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 공연 시작 전부터 실시간 댓글창에는 ​‘미얀마의 민주적 평화를 지지하고 기다립니다(tong100****)’ 등 응원 글이 달렸다.

 

공연은 토크쇼를 비롯해 민주화의 염원을 담은 노래, 연극 등 다채로운 구성으로 평화롭게 살기 위해 전쟁을 치르는 평범한 미얀마 시민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고국의 참담한 실상에 객석에 앉은 200명의 미얀마 학생들은 무겁고 숙연한 표정이었다.

 

공연의 개회사를 맡은 미얀마 민주통합정부(NUG) 한국대표부 일원인 에에띤(Aye Aye Thin) 미얀마 외국어대학 교수는 그동안 군부가 저지른 악행을 말하며, 이에 저항하는 청년과 시민단체들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시대 어느 역사에서도 거짓이 진실을 이긴 적이 없었고, 독재가 민주주의를 이기지 못했다”며 끝내 이기리라 다짐했다.

 

 

격려사를 맡은 대구 찟따수카 미얀마 사원의 위쑤따(Asin Visuta) 스님은 미얀마 민주통합정부에 대한 지원을 당부하며 재외미얀마인들과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설명했다.

 

스님은 군부가 검과 창을 잡고 국민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이 바로 국민이 무기를 이길 수 있다는 뜻이라며 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에 객석은 군부에 대한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로 화답하며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외쳤다.

 

◇ 끝내 이기리라

 

 

걸그룹 프레셔스와 미얀마 가수 완이화의 노래를 통해 응원의 목소리를 담았다. 프레셔스는 양희은의 ‘상록수’를 불러 “가사 중 ‘끝내 이기리라’는 구절처럼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미얀마 헌정곡 ‘Everything will be Okey’ 선곡해 의미를 더했다. 노래가 나오는 동안 무대 스크린에는 민주화 운동을 이어가는 미얀마 시민들의 사진이 띄워졌다.

 

완이화는 ‘우리’와 ‘나는 하나의 집을 원해요’ 두 곡을 들려줬다. 완이화는 미얀마 난민 출신으로 군부 쿠데타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조국의 국민들에게 노래로 희망과 위로를 보냈다. “우리 모두가 저의 노래처럼 다 같이 손을 잡고 평화가 가득한 미지의 세계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고 전했다.

 

‘나는 하나의 집을 원해요’는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될 따뜻한 집을 원한다는 소박한 소망을 담았다. 1절 미얀마어, 2절 한국어로 불러 모두에게 감동을 줬다. 완이화의 노래를 들으며 관객들은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얀마 민족과 난민 이야기’라는 주제의 강연도 진행됐다. 재한연합국적협회 공동총무로 활동중인 쑤타진(Su Thazin) 씨는 미얀마 국민들 사이에서도 통역이 필요할 정도로 지역 간 차이가 있음을 설명하며, 민족들 사이의 오해를 해결하고 힘을 합쳐 이 시기를 이겨내자고 이야기했다.

 

아이를 잃은 부모,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가족을 다시 살려줄 수는 없지만 평화롭고 민주적인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은 할 수 있다며 미얀마 국민들 사이 단결을 강조했다.

 

 

공연의 마지막순서는 연극 ‘당당하게 머리에 꽃을 꽂으며’였다. 군부의 탄압으로 민주화 운동에 가담했다는 의심만으로도 고문을 당하는 미얀마인들의 실상과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렸다.

 

아들 내외와 함께 사는 어머니, 이 단란한 가정에 군부가 들이닥친다. 포박당하는 어머니와 아내, 이를 말리며 저항하다가 가족에 눈앞에서 총살당하는 아들. 허구이지만 허구가 아닐 이야기는 언어를 뛰어 넘어 우리를 먹먹하게 만든다. 화려한 조명도 멋있는 무대장치도 없었지만 흐느끼는 어머니의 소리가 모든 것을 뒤덮었다.

 

유튜브로 생중계 된 이 공연은 경기아트센터 공식 유튜브 채널(꺅!TV)에서도 계속 만날 수 있다. 경기아트센터 측은 “이 공연을 통해 미얀마 현지의 상황을 알리고, 국내외 미얀마인들에게 힘을 실어드리고자한다”며 “미얀마가 하루빨리 평화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민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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