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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 비평] 정용진의 ‘멸공’, 직언하는 언론이 나와야한다

 

이번 대선에서 눈에 띄게 좋아진 점이 있다. 색깔론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캠페인도 확연히 퇴색되고 있다. 이 자리를 ‘젠더 이슈’나 ‘세대 갈등 문제’가 끼어들 기미는 있다.

 

선거 때만큼은 국민이 왕임을 실감한다. 응축됐던 민의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선거 진영은 이를 수렴해 어떤 형태로든 해결책을 내놓는다. 국가적 난제도 여론의 힘으로 해결되는 계기가 된다. 대통령 선거 후 6개월은 언론도 승리한 후보의 정책에 비판의 칼날을 유보한다. 이른바 허니문 기간이다.

 

특정 집단은 표의 응집력을 발휘할 때 그 힘은 배가 된다. 투표율까지 높으면 그 힘은 태풍이 된다. 이번 대선에서 2030 유권자가 그 지위를 확보했다. 지난해 4월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여준 이 세대의 위력적인 표심 때문이다. 이념이나 지역정서에 매몰되지 않은 이들의 선택은 초미의 관심사다. 이 세대만을 대상으로하는 여론조사까지 나오고 있다.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대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세대 갈등’이 아닌 ‘세대 여론’이 옳다.

 

안도하던 선거판에 난데없는 ‘멸공’ 불청객이 찾아왔다. 그것도 정치적 언사를 극도로 조심하는 국내 기업풍토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촉발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연일 ‘멸공’이란 단어를 사용하면서다. 특히 ‘멸공’과 함께 시진핑 중국 주석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시 주석의 사진은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으로 변경했다.

 

윤석열 후보, 나경원 전의원 등이 이마트에서 달걀·파·멸치·콩을 사는 사진을 올리며 ‘멸공 챌린지’에 나섰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멸치 볶음과 콩조림을 곁들여 아침식사를 하는 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려 동참했다. 달파(달걀·파)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을 이르는 속어다. 달은 ‘문’을 말하고, 파는 ‘빠’를 칭한다. 멸치와 콩은 ‘멸공’이다.

 

아무리 표가 급해도 금도가 있다. 오죽하면 같은 당 원희룡 선거대책본부장이 “썩 동의하기 어렵다”고까지 했겠는가. 이 논란은 해외 언론까지 관심을 보였다. 지난 6일자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금주의 아시아 이슈’로 다뤘다. 삼성 리더의 사촌이라는 언급도 했다. 중국은 삼성전자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다. 중국과 불필요한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신세계 주가는 11일 오전 한 때 8%가 넘게 곤두박질했다. 매일경제는 ‘“주주들 피말린다” 용진이형 ’멸공‘ 여파 이 정도일 줄이야···신세계 장중 8%대 급락’이란 기사를 실었다. 머니투데이는 “기업가의 정치적 발언은 적절하지 않으며,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니 중단해달라”는 투자자의 목소리를 기사에 담았다. 주주 걱정을 담아 간접 비판을 하는 기사는 많았지만, 어떤 신문도 사설로 다루지는 못했다. 기업에 직언하는 언론이 없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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