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언론답지 못하다는 평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건강한 비판을 하지 못해왔던 점도 이런 비판을 받게 한 요인이다. 언론이 민주주의의 보루가 되려면, 정치가 국민 상식을 일탈할 때 개처럼 짖어대야한다. 그래서 감시견이다. 다만 감정 섞인 비판은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감정의 개입은 언론이 짖는 소리를 의례 그런 집단 정도로 전락시킨다.
새 정부 인사청문회는 언론이 언론다움을 회복할 좋은 기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4월 3일 한덕수 전 총리를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10일 경제부총리를 포함해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13일에는 나머지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언론의 집중 검증을 받았다. 지명 다음 날인 11일(월), 언론은 그가 윤 대통령 당선자와 ‘40년 지기’라고 보도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윤 당선자가 경북대 의대 출신의 정 후보자와 어떻게 40년 지기가 됐을까? 궁금증은 쉽게 풀렸다. 정 후보자의 고교 친구와 윤 당선인이 서울대 법대 동기여서 친분을 맺게 됐다는 한 줄 보도 덕이었다. 조선일보는 “윤 당선인은 40년 한결같은 친구”라며 “식사할 때면 먼저 계산하려 했다. 공무원 봉급을 받아 가면서도 주변에 베풀던 모습이 생각난다”는 정 후보자의 영남일보 인터뷰를 인용해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위암 수술 권위자로 1998~2016년 위암 수술 3000회, 수술 사망률 0%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이 두 신문 보도와 유사했다. 완벽한 후보처럼 보였다.
레거시 미디어의 실질적인 검증은 경향신문의 14일자 보도에서부터 시작됐다. '정호영 경북대 병원장 때 아들 의대 특별전형 편입'이라는 제목의 보도가 나간 후, 다음 날인 15일(금)부터는 모든 언론의 집중보도가 이어졌다. 검증보도의 강도는 더해졌다. 16일(토)에는 아들의 병역 의혹까지 보도됐다. 17일(일)에는 정 후보자가 직접 기자 회견을 열고, 자녀 문제를 검증받겠다고 했다. 18일(월) 거의 모든 신문들은 정 후보자 검증보도로 1면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윤 당선자 측은 “정호영 장관 후보자가 말한 ‘40년 지기’라는 표현은 잘못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20일자 신문들은 윤 당선자측의 해명을 대대적으로 실었다.
정 후보자가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될지 여부와 관계없이 언론의 검증과정은 언론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다른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보도도 이런 평가를 받아야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이 그럴 여유가 없다. 효율을 강조한 기자인력 축소 때문이다. 언론사가 직접 검증하는 사례가 크게 줄었다. 정 후보자에 대한 검증기사도 대부분 국회의원실에 의존했다. “경북대가 민주당 김원이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합격자 17명중 7등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형식이다. 언론이 의원실 자료를 인용하기보다 국회의원이 언론보도를 인용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언론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