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년 6개월에 혼자 걷기 시작한 김군(4)은 걸음이 매우 느리고 제대로 뛰지 못하는 등 운동발달 장애로 병원을 찾았다. 김군은 혈액검사에서 근육수치가 상승과 X-선 및 심장초음파 검사에서 심장근육이 매우 두꺼워져 있었다. 2살 위 누나도 비슷한 증상으로 소아신경과와 소아심장과를 다니고 있었다. 가족력상 유전질환이 의심되어 임상유전체의학센터를 찾은 김 군은 생화학적 검사와 유전자 검사에서 폼페병을 진단받았다. 폼페병은 산 알파-글루코시다아제(GAA)라는 리소좀 효소가 결핍돼 글리코겐(Glycogen)이 근육 세포 내에 축적되면서 점진적으로 근육이 약해지는 진행성 신경근육질환이다. 김 군은 효소치료제 치료로 심장근육비후도 사라지고 걸음도 정상으로 돌아와 또래 친구들과 같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5개 미만의 단어를 구사할 정도로 성장이 느려 병원을 찾은 이양(10)은 지능 검사에서 심한 지적장애를 진단받았다. 의료진은 오빠도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몇몇 특이점 때문에 임상유전체의학센터에서 생화학적 및 유전자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이양은 페닐케톤요증을 진단받았다. 페닐케톤요증은 단백질의 구성성분인 페닐알라닌이 대사 되지 않고 몸에 축적되어 뇌손상을 유발하는 희귀질환이다. 페닐케톤요증은 조기 진단 후 저페닐알라닌 식이요법으로 치료하면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 보통 신생아 때 진단이 돼야 하는데 진단이 늦어져 진행된 지적장애를 식이요법 치료하며 특수교육을 받으며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분당차여성병원 임상유전체의학센터 유한욱 교수는 “희귀 유전 질환의 경우 의료진도 이름을 알기 힘든 생소한 질환이 많고 증상도 매우 다양하여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인들은 치료 불가능한 병이라고 생각 하지만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면 좋아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5~7년씩 원인을 찾기 위해 떠도는 진단 방랑(diagnostic odyssey)을 줄이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까지 알려진 희귀질환은 8,000 여 종류에 달한다. 그 중 80%가 유전질환으로, 우리나라 한 해 출생아 중 2%인 5,000여 명이 크고, 작은 기형 및 유전성 질환을 가지고 태어난다.
오는 5월 23일은 ‘희귀질환 극복의 날’이다. 넓은 의미의 유전 질환은 염색체의 이상에 발생하는 다운증후군, 에드워드 증후군, 터너 증후군 및 수 많은 염색체 미세 결실, 중복증후군을 포함한다. 좁은 의미의 유전질환은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희귀질환들과 선천성대사이상 등이 대표적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유전체분석기술이 발달하면서 가족성종양질환, 지적, 발달장애, 신경근육계 질환, 부정맥 질환 등 신체의 모든 부분에서 다양한 유전질환들의 발생이 규명되고 있다. 유전 질환이라고 하면 치료가 가능한 병원이 많지 않거나, 정보가 부족해 예방과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라고 많이 생각한다. 그러나 유전 질환은 일회성이 아니라 다발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예방, 치료 및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당차여성병원 임상유전체의학센터 유한욱 교수는 “아이의 성장과 발달이 눈에 띄게 늦어지거나, 외모가 조금 남다르거나 기형 등이 있을 때는 반드시 희귀 유전질환 전문 의사가 있는 병원을 찾아서 진단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의학의 발전으로 유전자들이 어떻게 작용하고 질병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상당 부분 밝혀졌으며, 특정 질환과 연관된 유전자 변이 등도 확인해 미래에 발병 가능한 질환까지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며 “정확한 진단부터 맞춤 치료, 유전상담까지 개별화된 맞춤 의료서비스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분당차여성병원 임상유전체의학센터는 선천성기형증후군, 단일유전자질환, 염색체 이상, 유전성 안질환, 유전성 신경질환, 유전성 종양질환 등 착상 전 진단부터 다양한 산전진단, 증상 전 진단, 보인자 진단, 약물유전체 유전자 검사 등을 시행하고 있다. 또 검사를 바탕으로 치료부터 예방 및 유전 상담까지 진행한다.
일부 유전질환은 조기 발견 시 치료가 가능하며, 조기 치료를 통해 유전질환으로 동반되는 다수의 증세를 호전시킬 수 있다. 만약 정상적인 상태로의 회복이 어렵더라도 수술, 재활 요법, 교육, 합병증 발생 여부를 정기적으로 검사하여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한다면 삶의 질을 극대화 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김대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