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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평화의 눈으로 읽어온 성서’…33년 여정 마침표

김경호 목사, 성서 주석 시리즈 완간 
인문학적으로 성서 주석한 최초 작업

목회 전생을 민주·통일·평화운동 헌신
교회와 현장 바삐 다니며 틈틈이 집필

시대의 질문에 서로 묻고 대화한 산물
역사비평 활용해 독자 스스로 깨닫게 해

김 목사 “시대의 질문에 함께 답하고자
했던 신앙 동지들이 책의 공동 저자”

 

진보적 성향 목회자로 잘 알려진 김경호 목사(66, 강남향린교회)의 성서 해석 연작물 ‘생명과 평화의 눈으로 읽는 성서’(대장간)가 최근 완간됐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전체 성경을 새롭게 조명하는 내용이 모두 9권에 담겼다. 그가 이 성서 해석 작업 시작부터 마치기까지는 무려 33년, 사실상 반평생 노력을 쏟았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완간 출판기념회에서 전 국사편찬위원장이자 교회사학자인 이만열 상지학원 이사장은 “한국에서는 총회 차원에서 혹은 학자들이 자기 전공에 맞춰 단편적인 주석서를 모아서 펴내는 경우는 있었지만, 한 사람이 성경 전체를 주석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며 김 목사의 집념을 높이 평했다.

 

이어 “1960년대에 고려신학교 교장 박윤선 목사가 성경 66권의 주석을 발행한 이후 진보 교계에서 성서 전체를 인문학적으로 주석한 최초의 작업”이라며 “최근 서양 주석서 번역이 홍수처럼 범람하여 한국교회 독자적 영성은 물론 한국사회 문제 해결에도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상황에, 김 목사의 책은 우리 상황을 직시하고 해결점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그저 교회 안에서만 활동하는 일반 목사가 아니다. 한국사회 민주화에 크게 기여한 ‘향린 공동체’ 목회자로, 김 목사는 자신의 목회 여정 대부분을 민주화·통일·인권·생명·평화 운동에 헌신했다. 해고 노동자, 철거민 등 사회적 약자들이 고통받는 현장에서 그들을 위로하고 선두에서 함께 싸운 목사였다.

 

그는 교회와 고난의 현장을 쉬지 않고 오가는 중에도 토막 시간을 내어 공부하고 집필을 이어갔다. 책에는 이러한 경험들이 스며들어 있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는다. 책에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 성서를 공부하며 시대가 던지는 질문에 함께 고민하고 대화하는 과정들이 차곡차곡 담겼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이사는 이 책이 오랫동안 교회 공동체와 역사 현장에서 사람들과 만나 묻고 서로 대화한 산물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추상적 말의 향연으로 책이 군림하는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방식”이라며 “교회 전통이 가진 신앙 언어들, 진부할 것 같은 담론을 결코 지루하지도 강요하지도 않는 방식으로 접근한다”고 했다.

 

책은 일반 평신도들은 접하기 쉽지 않은 역사비평 연구방법을 활용했다. 김원배 박사(전 기장 총회교육원)는 “역사비평적인 방법론이 적용됐다는 것은 그동안 목회자의 권위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해를 강요하는 방법이 아닌, 모두가 함께 생각하며 객관적 합리적 사고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 성서의 가치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책은 ‘생명과 평화의 눈으로 읽는 성서’라는 제목이지만, 모든 이야기를 그에 맞추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성서를 객관적, 과학적으로 보면 66권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이 ‘생명’과 ‘평화’라는 점을 강조한다.  

 

김경호 목사는 “그동안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함께 성경을 읽으며 시대가 던지는 질문에 함께 답하고자 했던 신앙 동지들이 책의 공동 저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작은 신앙공동체가 나누었던 신앙 고백서를 한국교회 앞에 헌정한다. 같은 고민을 하며 이 길을 걸을 미래의 신앙인들에게 작은 이정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