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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필 떠나는 마시모 자네티 “지난 4년,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인터뷰] 경기필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 마시모 자네티
23일, 25일 ‘베르디 레퀴엠’으로 경기필 고별 연주
“한국 무대 설 기회 있다면 언제든 돌아올 것”

 

“보고 싶을 겁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경기필)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으로서 마지막 공연을 앞둔 마시모 자네티(60)가 퇴임 소감으로 남긴 짧은 한마디에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 있었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는 오는 23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과 2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각각 진행하는 공연을 끝으로 4년 임기를 마치고 경기필의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마시모 자네티가 경기필과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출 곡은 ‘베르디 레퀴엠’이다. ‘낭만주의의 거장’ 베르디의 종교음악 중 규모가 가장 큰 작품으로, 오페라의 극적인 요소를 많이 갖고 있어 ‘망자의 오페라’라고 불리기도 한다.

 

19일 경기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 마시모 자네티는 마지막 무대로 이 곡을 정한 이유를 “슬픈 곡으로 마무리 하는 게 어떤 계획이나 의도가 있어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20년에 ‘베르디 레퀴엠’을 공연하려고 계획했었는데,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해 계약이 연장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 이 곡을 꼭 한 번 하고 싶어 선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곡은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세계적 유행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향한 추모의 의미도 있다”며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19, 경기 침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등을 직면한 지금 한 번쯤은 우리를 돌아볼 특별한 계기가 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 “경기필과 함께한 모든 순간이 즐겁고 행복”

 

 

지난 2018년 9월 취임한 마시모 자네티는 앞으로 남은 공연 2회까지 포함해 총 47회 경기필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가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경기필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면서 전문가와 관객 모두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그동안 무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마시모 자네티는 “모든 순간이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들이라 하나만 꼽는 게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공연마다 모든 것을 선보였고, 경기필은 이미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었다. 내가 와서 경기필에 더한 것은 열정과 인간미였고, 그것이 경기필의 소리로 나타나서 관객들이 좋아해준 것 같다”고 돌아봤다.

 

특히 단원들을 향해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내 아이라고 생각될 정도”라고 표현하는 등, 인터뷰 내내 애정을 끊임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4년간 활동하며 아쉬웠던 점에 대해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계획했던 공연을 취소한 일들을 가장 먼저 꼽았다. 코로나19가 유행을 하기 전에는 1년에 16번을 공연했지만, 2019년 12월 베토벤 교향곡 9번 공연 이후는 코로나19 여파로 경기필과 연 10여 회밖에 공연을 하지 못했다.

 

더불어 “프랑스 작곡가의 곡을 많이 다루지 못한 것도, 말러 교향곡을 다 연주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며 “특히 모차르트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경기필 정하나 악장과 꼭 하고 싶었는데 못 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4년 동안 경기필만의 연주 방식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음악적으로는 아쉬움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약하기 전에 경기필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연주를 들었는데 그때 경기필의 기술과 소리에는 놀랐었다. 세계적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왜 경기필과 2번이나 함께 했었는지 충분히 그 가치를 알아봤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경기필을 향한 애정 계속 부탁드립니다”

 

 

마시모 자네티는 자신과 경기필을 사랑해 준 관객들에게도 감사를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내가 사회 관계망 서비스(소셜 미디어)를 잘 하지 않는데, 경기필의 사회 관계망 서비스 구독자 숫자가 많아질 때 기뻤다”며 “이제 그 관계의 끈을 놓아야 한다는 게 아쉽기만 하다. 그럼에도 경기필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줄어들지 않기를 바란다. 경기필은 그런 가치가 있는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이다”고 거듭 애정을 당부했다.

 

이어 “지난 4년간 보내준 사랑을 고스란히 느꼈고, 그리울 것”이라며 “관객들도, 단원들도 모두 잇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필을 떠난 뒤에도 한국 무대에 설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돌아오겠다는 뜻을 밝혔다.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 ]

 

 

마시모 자네티가 경기필과 함께하는 마지막 곡인 ‘베르디 레퀴엠’은 낭만주의의 거장이자 베르디가 존경하던 음악가 로시니와 만초니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1874년 완성한 곡이다.

 

네 명의 독창자, 혼성 4부 합창,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필요하며 총 연주 시간은 90분에 달한다.

 

공연에는 소프라노 손현경, 메조소프라노 크리스티나 멜리스, 테너 김우경, 베이스 안토니오 디 마테오가 출연하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등 약 200여명의 연주자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독창, 중창, 합창 등 다양한 구성으로 풍부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웅장한 하모니로 선보여질 ‘진노의 날’은 광고, 영화 등에서 자주 사용되어 더욱 기대를 모은다.

 

또한 세계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베이스 안토니오 디 마테오가 한국이탈리아문화원의 후원으로 갖는 국내 첫 내한 무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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