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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배달 알바·주부는 카페 알바…"생활비 감당 못해요"

인플레·금리 인상으로 생활고 커지자 부업 찾는 인구 늘어

 

 

서울 종로구에 사는 전업주부 최모(47) 씨는 올해 초부터 지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물가 급등으로 늘어난 생활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 3∼4년 전보다 생활비가 최소 20% 이상 늘어난 것 같다"며 "한정된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4인 가족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가 없어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씨는 치솟은 물가 탓에 매달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 가계가 적자였는데 일주일에 3번 나가 일하는 카페 아르바이트로 월 60만∼70만 원 정도 추가 수입이 생기니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41) 씨는 지난 3월부터 주말에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김 씨는 "외벌이인데 회사에서 받는 월급만으로는 애들 학원비 대기도 어려워 '주말에 놀면 뭐 하나'라는 생각에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며 "큰돈은 아니지만 물가 급등으로 생활고를 겪던 가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 치솟은 물가·금리 상승으로 인한 생활고에 '투잡족' 급증

 

최 씨나 김 씨처럼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부업을 구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는 건 수치로도 입증된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부업을 하고 있는 인구수는 62만9천61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약 9만8천명(18.4%)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직전인 2020년 1월(38만1천314명)과 비교하면 약 65% 급증했다.

 

부업 인구는 주로 20대와 60세 이상 고령층, 일용근로자 등 코로나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주된 업무의 수입이 감소하자 부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와 함께 급속한 인플레이션과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생활고도 부업 인구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서민 가계에 직접적 타격을 주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두 달 연속 6%를 넘어서면서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3%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물가가 가파르게 올랐던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 6.0%로 2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7월에 더 높아졌다.

 

두 달 연속 6%대 이상을 기록한 건 1998년 10월(7.2%),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대에 진입한 뒤 올해 3월(4.1%)과 4월(4.8%)에 4%대에 올라선 후 지난 5월 5.4%, 6월 6.0%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7.9% 올라 1998년 11월(10.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면서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도 서민과 중산층에는 상당한 부담이다.

 

4대 시중은행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신용대출 금리(평균치)는 지난달 12일 기준 연 4.84∼5.59%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지난해 8월(연 3.02∼4.17%)보다 1년 사이 최대 1.82%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연 4.22∼5.43%) 상단은 5.4%를 넘었다.

 

주택구입 등을 위해 대부분 대출을 안고 있는 서민과 중산층 입장에서는 이처럼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져 가처분소득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활물가마저 크게 오르면서 가계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주부 최 씨는 "요즘 10만원을 들고 마트에 가면 살 게 별로 없을 만큼 생활물가가 너무 올랐는데 대출 상환 부담까지 커지니 감당할 수가 없다"며 "애들 학원비라도 벌어보자는 심정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 40년 만의 인플레 강타한 美·英서도 '생계형 부업' 늘어

 

록적 물가 오름세로 급등한 생활비를 감당 못 해 '겹벌이'를 뛰는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워싱턴포스트(WP)와 CBS방송 등에 따르면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인플레이션으로 생활고에 직면한 미국인들도 부업을 찾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최근 급등한 물가 탓에 중위소득 미국인의 75%가량이 생활비 지출에 필요한 만큼의 소득을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CBS는 전했다.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경제통계(FRED)에 따르면 미국에서 여러 개의 부업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2020년 4월 4%에서 2022년 6월 4.8%로 증가했다.

 

2개 이상의 정규 직업(주당 35시간 이상)을 가진 사람의 수는 코로나 이전인 2020년 2월 30만8천명에서 지난 6월 42만6천명으로 늘었다. 이는 미국 노동통계국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미국인이 생계유지를 위해 주 7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의 부업 증가 현상이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9.1% 오르며 1981년 11월 이후 41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닉 벙커 인디드고용연구소 경제연구 이사는 WP에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인해 더 많은 소득이 필요해진 사람들이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직업을 찾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4%에 달한 영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근로자의 3분의 1가량이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부업을 찾고 있다고 인디드 플렉스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같은 현상은 물가 폭등으로 생활비가 임금보다 훨씬 가파른 속도로 치솟으면서 일부 가계가 직면한 재정적 압박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의 에너지 요금은 1년 동안 150%가 폭등했고, 식료품 가격도 8% 이상 올랐다.

 

노보 콘스테어 인디드 플렉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블룸버그에 "우리의 조사 결과는 많은 근로자들이 현금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불필요한 옷가지와 가사용품 등을 팔았지만 임시 근로가 훨씬 믿을 만한 수입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쉬운 우리말로 고쳤습니다.

 * 인플레이션(inflation) → 물가 오름세

 * 투잡(two job) → 겹벌이, 겸업

 

(원문) 기록적 인플레이션으로 급등한 생활비를 감당 못 해 '투잡'을 뛰는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고쳐 쓴 문장) 기록적 물가 오름세로 급등한 생활비를 감당 못 해 '겹벌이'를 뛰는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